"덜 먹어도 살찌는 이유 있었다"…한국인 비만의 숨은 범인은

위고비, 동아시아인 임상서 내장지방 40% 감소 효과 확인
혈당·혈압 개선에 근육 기능 유지도…'건강한 체중 감량' 주목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 비만 환자에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복부 내장지방을 평균 40%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아시아인은 정상 체중에서도 내장지방 축적 비율이 높아 대사질환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연구는 체중 감량을 넘어 대사 건강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내장지방은 장기 사이에 축적돼 각종 염증 물질을 분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장지방은 당뇨병과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대사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서구인보다 근육량이 적고 복부 내장지방 비율이 높아 동일한 체중에서도 대사질환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같은 특성을 반영해 한국인과 일본인 등 동아시아인 4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TEP 6 임상에서는 위고비 2.4㎎ 투여군의 복부 내장지방 면적이 위약군 대비 평균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 면적 기준으로는 65.5㎠ 줄었으며 허리둘레도 평균 11.6㎝ 감소했다.

체중 감량 효과도 확인됐다. 위고비 투여군의 83%는 5% 이상 체중 감량에 성공했으며 평균 체중 감소율은 13.2%를 기록했다.

대사 건강 지표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 STEP 6 연구에서 위고비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수축기 혈압과 공복 혈당이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내장지방 감소가 단순히 체중이나 허리둘레 감소에 그치지 않고 혈압·혈당 등 대사 건강 전반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최근 비만 치료 분야에서는 체중 감량 수치 자체보다 체성분 변화와 대사 건강 개선을 함께 평가하는 '건강한 체중 감량'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량이 과도하게 감소할 경우 기초대사량 저하와 체중 재증가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고비의 체성분 개선 효과는 SEMALEAN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비만 환자에게 위고비 2.4㎎을 12개월간 투여한 결과 총 체지방량은 18% 감소한 반면 초기 감소했던 제지방은 7개월 이후 유의한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체 체중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 기능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 결과 투여 12개월 후 환자들의 악력은 평균 4.1kgf 향상됐으며 근감소성 비만 유병률은 49%에서 33%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보행과 계단 오르기 등 일상적인 신체 활동과 관련된 기능 개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근감소성 비만은 체지방은 많지만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한 상태를 의미하며 노년층뿐 아니라 비만 환자에서도 중요한 건강 문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비만 치료의 평가 기준이 단순 체중 감량에서 내장지방 감소와 대사 건강 개선, 근육 기능 유지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내장지방 축적에 취약한 동아시아인에게서는 체중계 숫자보다 대사 건강 지표 변화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