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예상했는데 9년 걸렸다"…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의 벽
[줄기세포 연간기획]④ 품질관리·규제 문턱 높아
향후 5~10년 정형외과·간경변 중심 확대 기대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줄기세포 치료제는 오랫동안 '꿈의 치료제'로 불려 왔다.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고 기존 치료법으로 한계가 있었던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최근에도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간경변, 척수손상 등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실제 상용화에 성공한 줄기세포 치료제는 많지 않다. 개발 기간이 일반 신약보다 특별히 긴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티셀그램-AMI는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추출한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한 급성심근경색 치료제로, 2011년 국내 최초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개발 초기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3~4년이면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허가까지는 약 9년이 걸렸다. 연구개발과 임상시험뿐 아니라 사업 운영과 자금 조달, 규제 대응 등 다양한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줄기세포 분야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졌던 시기에는 임상시험 참여를 중단하려는 환자들이 나타나는 등 개발 과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하티셀그램의 상용화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장기간의 불확실성을 견디며 임상과 허가 절차를 끝까지 완주하는 과정 자체가 가장 큰 과제였다는 평가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해서 곧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반 화학의약품이 성분을 규격화해 동일한 품질로 반복 생산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줄기세포 치료제는 살아있는 세포 자체를 치료제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세포의 상태와 배양 환경, 제조 공정에 따라 품질과 특성이 달라질 수 있어 보다 정교한 생산·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동일한 품질의 세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 제조 공정이 변경돼도 동일한 효능을 유지하는지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원료세포 확보와 품질관리, 장기 안전성 평가, 냉동 보관·운송 체계 구축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심사 과정에서 제조·품질관리(CMC)를 핵심 검토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기술력만으로는 상용화에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다.
상용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역시 적지 않다. 글로벌 허가를 목표로 하는 신약 개발에는 통상 수천억 원에서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도 전체 개발비 규모는 일반 신약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포 생산과 품질관리 체계 구축 등 추가적인 검증 과정이 요구된다.
높은 상용화 장벽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치매와 파킨슨병, 간경변, 골관절염 등 퇴행성·만성질환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 수단은 여전히 부족하다.
줄기세포 치료제가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거나 질병 진행 자체를 늦추는 데 성공할 경우 기존 의약품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현재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는 연골결손과 골관절염 등 정형외과 질환이 꼽힌다. 실제 국내에서는 무릎 연골결손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면역질환과 염증질환,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희귀·난치성 질환 역시 유망 분야로 평가받는다.
간경변 분야도 차세대 상용화 후보로 주목받는다. 간이식 외에는 마땅한 치료 대안이 부족한 만큼 줄기세포 치료제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간경변을 비롯해 파킨슨병, 척수손상 등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후기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는 줄기세포 치료 시대가 한 번에 열리기보다는 질환별로 단계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근골격계 질환과 희귀질환 분야에서는 이미 실제 치료가 이뤄지고 있으며 향후 5~10년 동안 특정 적응증을 중심으로 상용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개발 기간 자체보다 상용화 과정에서 마주하는 장벽이 더 큰 분야"라며 "우수한 원료세포 확보와 품질관리, 국가별 규제 대응 능력이 향후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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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줄기세포 치료는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지만, 임상 근거 부족·과장 광고·규제 공백 등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국내외 연구·산업 현황을 짚고, 법·제도 미비와 시장 혼탁 문제를 진단한 뒤, 한국형 재생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