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기로 K바이오]①7월 상폐기준 강화…코스닥 바이오·제약 '생존 시험대'

시총 200억원·동전주 요건 신설…21개사 관리종목 사정권
바이오업계 우려 확산…"산업 특수성 고려해야"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한다. 시가총액 기준 상향, 동전주 퇴출, 반기 완전자본잠식 심사 도입 등 새로운 제도가 한꺼번에 시행되면서 바이오·제약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기간 연구개발이 불가피한 바이오산업 특성상 이번 제도 변화는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기대와 혁신 생태계 위축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뉴스1은 상장폐지 제도 강화가 K바이오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기술특례 상장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다.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다음 달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시가총액 기준 상향, 동전주 퇴출, 반기 완전자본잠식 심사 도입 등 4대 요건이 한꺼번에 시행되면서 재무 체력이 약한 일부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생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5월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안을 최종 승인했다. 핵심은 네 가지다. 먼저 코스닥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이 7월 1일부터 기존 15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올라간다. 내년 1월에는 300억 원으로 한 차례 더 높아진다. 당초 2027년과 2028년으로 예정됐던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주가 1000원 미만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도 7월부터 새로 생긴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액면병합으로 주가 숫자만 끌어올려 요건을 피하는 꼼수도 막혔다.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인 경우도 동전주 요건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완전자본잠식 요건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만 상장폐지 요건으로 봤지만 이제는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요건에 추가된다.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부터 적용돼 오는 8월 제출분이 첫 심사 대상이 된다. 공시위반 기준도 최근 1년간 누적 벌점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진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올해 코스닥에서 최대 150개 사가 퇴출당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이번 제도 변화로 코스닥 바이오·제약 업종에서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관리종목 지정 사정권에 들어가게 됐다. 뉴스1이 한국거래소 종목분류 데이터(10일 종가 기준)를 분석한 결과 코스닥 제약·의료정밀기기 업종 상장사 230개 사 중 21개 사가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시총 미달 또는 동전주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200억 원 미만 기업은 알파AI(105억 원), 비스토스(111억 원), 올리패스(134억 원), 피씨엘(168억 원), 우진비앤지(179억 원) 등 10개 사다. 이들은 7월 1일 이후 30거래일 연속 시총 기준을 밑돌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동전주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도 14개 사에 달했다. 텔콘RF제약(360원), 세종메디칼(412원), 유틸렉스(959원), 엔지켐생명과학(990원) 등이다. 시총과 동전주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기업도 알파AI, 노블엠앤비, 조아제약 등 3개 사에 이른다. 내년 1월 시총 기준이 300억 원으로 한 차례 더 높아지면 시총 200억~300억 원 사이 13개 사가 추가로 위험권에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오 기업은 신약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허가, 상업화까지 통상 수년에서 수십 년이 소요되는 데다 개발 과정에서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이 투입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이 상장 이후에도 장기간 적자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상장유지 요건 강화가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질 경우 연구개발 중심 바이오벤처의 성장 사다리를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정책의 취지는 공감하나 상장유지 조건 강화가 신약 개발 바이오텍의 특성을 간과해 혁신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유망 벤처의 증시 이탈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시장 신뢰 회복 효과도 기대한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들의 경쟁 유도를 통한 질적 수준 개선과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기대된다"며 "단기 부양책이 아닌 구조적 변화에 기반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