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 후보 걸러낸다…국립암센터 '생물학적 모델' 개발 착수

"신약 개발 실패 줄이고 맞춤 치료전략 수립 기대"

국립암센터가 신약후보 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나선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의 실패를 줄이고 맞춤형 암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립암센터가 신약후보 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나선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의 실패를 줄이고 맞춤형 암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센터는 신동관 생물정보연구과 박사와 김윤희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의생명과학과 교수 등이 세포주, 오가노이드(환자 조직에서 만든 3차원 장기 모델), 동물모델 등 서로 다른 실험 환경의 결과를 연결해 약물 반응을 예측하는 '생물학적 세계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규 연구개발 사업인 'AI+과학기술(S&T) 혁신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국립암센터의 연구과제는 바이오 분야 대표 과제로 선정돼 30억 원의 사업비로 추진된다.

신약은 세포 실험에서는 뛰어난 효과를 보여도 동물실험이나 실제 환자에게서는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최종적으로 성공하는 후보물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신약 개발의 큰 난제 중 하나는 실험실에서 효과를 보인 약물이 실제 생체 환경에서는 동일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른바 '스케일 갭(scale gap)' 문제다. 종양 주변 환경, 면역반응, 세포 간 상호작용 등 실제 인체의 복잡한 특성이 실험실 환경에서는 충분히 재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AI가 세포 실험 결과를 학습한 뒤 실제 생체 환경에 가까운 오가노이드와 동물모델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예측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AI가 후보물질의 가상 임상 시험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정 약물을 투여했을 때 암세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거나 억제되는지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가 성공하면 신약후보 물질의 실패 가능성을 조기에 확인하고, 유망한 치료제를 보다 빠르게 선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 박사는 "실험실에서 효과가 있었던 약물이 실제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일지 예측하는 것은 신약 개발의 어려운 과제 중 하나"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암 치료제 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서 얻은 암 조직으로 만든 오가노이드와 동물모델은 실제 환자의 암을 가장 가깝게 재현할 수 있는 연구 모델이다. AI가 예측한 약물 반응을 환자 유래 모델에서 검증해 신뢰성을 높이고, 암 환자에게 보다 효과적인 맞춤 치료법을 찾는 데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립암센터는 지난 2000년 경기 고양시에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 암 관리 거점기관으로 암 예방·검진·치료·연구를 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초기 연구부터 임상시험, 생산, AI 기술 도입에 이르는 전 주기적 지원을 통해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