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규제 개선"…글로벌 금융그룹 ING가 본 K-바이오 과제

"한국, 중국 이은 아시아 2위 혁신 엔진" 호평
임상시험 승인 감소세…"인허가 제도 개선해야"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한국 바이오산업은 오랫동안 '생산 강국'으로 불렸다. 바이오시밀러와 위탁개발생산(CDMO)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반면 혁신 신약 분야에선 미국과 유럽에 비해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권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의 시장분석 기관인 ING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바이오산업을 중국에 이은 아시아의 '제2 혁신 엔진'으로 평가했다.

3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기업이 발굴한 신약 후보 물질은 1300건을 넘겼다. 전 세계의 약 10%를 차지한다. 영국, 스위스, 일본 등 전통적인 연구개발 강국을 웃도는 수준이다.

수출도 성장세다. 지난해 의약품 수출은 104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이 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을 이끌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수요 확대와 국내 CDMO 기업들의 수주 증가가 배경으로 꼽힌다.

ING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이 생산 중심 국가를 넘어 혁신 국가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경계 질환, 대사질환, 면역질환은 물론 최근에는 RNA 플랫폼과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위험 신호도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성장 동력인 임상시험이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진행 중인 임상시험 건수는 2024년 2307건에서 2025년 2175건으로 감소했다. 신약 승인 건수 역시 2024년 23건으로 전년 대비 38% 줄었다.

장기간 소요되는 인허가 절차와 복잡한 건강보험 급여 체계, 엄격한 특허 연장 규정 등 크고 작은 규제가 혁신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확대를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구개발 역량과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기술이 시장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기술력을 실제 혁신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수출을 두 배로 늘리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3종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을 비롯한 정부 지원도 확대되고 있으며, 글로벌 빅파마들의 투자 역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ING는 한국이 진정한 혁신 신약 개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정책이 산업 성장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가 제도 개선, 신속한 인허가 절차, 예측 가능한 특허 보호 체계, 보다 유연한 보험 급여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바이오 업계 종사자는 "생산 강국에서 혁신 강국으로 넘어가기 위한 조건은 이미 상당 부분 갖춰졌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혁신의 속도에 맞춰 규제와 제도가 변화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