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약품 약가 가산 약속됐지만 현장 "아쉽다"…개념도 불명확

제약계 "특수성 반영된 추가 가산 트랙 설계와 정의 명확화 필요"
의료계 "약가 자동 연동, 초저가 약 원가·관리비 100% 보전 촉구"

정부가 소아 필수의약품 품절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제약사가) 직접 생산한 소아의약품은 약가를 우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제약업계는 물론 의료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소아의약품의 개념부터 불분명할뿐더러 생산 등을 이끌 유인이 부족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소아 필수의약품 품절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제약사가 직접 생산한 소아의약품은 약가를 우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제약업계는 물론 의료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소아의약품의 개념부터 불분명할뿐더러 생산 등을 이끌 유인이 부족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소아약?…생산, R&D 특수성도 반영 안 돼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제네릭(복제약)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53.55%에서 45%로 조정하되 국가필수의약품과 소아의약품 등 수급 안정 필요 의약품의 직접 생산에 대한 약가는 우대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제네릭(복제약)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53.55%에서 45%로 조정하되 국가필수의약품과 소아의약품 등 수급 안정 필요 의약품의 직접 생산에 대한 약가는 우대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기본 약가는 떨어질 수 있지만,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약가를 높여 차등 보상하겠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3개 제약사 이하의 소아의약품 '직접 생산-공급' 구조가 유지되면 약가 우대를 지속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소아의약품은 환자군 특성상 연령별 용량도 다르고 시럽, 건조시럽제, 추어블정 등 특수 제형과 소아 친화 포장 등 여타 의약품 대비 개발·생산 부담이 현저히 큼에도 시장 규모는 협소해 채산성 확보가 어려운 영역으로 지목된다.

그런데 소아의약품의 정의·범위가 현재로선 불명확하다. 소아 전용 제형, 소아 적응증(의약품 효능·효과) 보유, 소아 사용 가능 의약품의 의미가 모두 다른데 이번 '약가 개편안'에 명시되지 않았다.

게다가 개편안은 신생아·영아·어린이·청소년 등 연령별 복용 용량이 달라 많은 품목을 생산해야 하고, 맛 개선과 어린이 친화 포장 등 감안해야 할 점이 한두 개가 아닌 '소아 특화 R&D(연구개발)' 역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건강보험 약제급여목록표와 세계보건기구(WHO) 소아 필수의약품을 비교했을 때 소아 대상으로서 WHO에 등재되지 않은 성분이 108개에 달한다. 소아의약품의 범위를 WHO 목록으로 국한할 경우 국내에 등재된 약이 정책 우대에 빠지는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

제약업계 "개념 정립부터 분명하게, 추가 약가 가산 트랙도 필요"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정부에 "임상적·산업적 특수성을 반영한 추가 약가 가산 트랙이 필요하다. 우선 소아의약품의 정의·범위를 명확히 하고 기등재된 소아의약품에 약가 인하를 적용할 땐 별도의 특례기간을 부여하거나 단계적 조정을 추가 완화해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소아의약품의 정의는 △소아 적응증 보유 또는 용법에 소아용 용법·용량 의약품 △소아 전용 제형 △소아 임상 이행 의약품으로 구분하며 소아 연령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가이드라인 속 '의약품 연령 검토 기준'을 참고하자는 게 업계 제언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20일 오후 대구 달서구 조제약 포장지 전문 생산기업인 '제이브이엠(JVM)'을 찾아 생산 공정과 원료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6.4.20 ⓒ 뉴스1 공정식 기자

이와 함께 WHO 목록으로 국한하지 않은 채 국내 미충족 수요를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HO가 지정한 소아용 필수의약품은 374개 성분에 불과한 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의약품 중 급여가 적용되는 소아의약품은 1656개 성분에 이른다.

복지부는 "(약가 우대에 대한) 세부 지침을 현재 마련 중"이라고 하나 업계 내에선 복지부가 3개 제약사 이하에 공급되는 소아약 중 WHO 목록에 등재된 성분이자 특정 경구 제형에만 우대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WHO 목록에 등재된 성분이 매우 제한적이고 국내 필수의약품 목록과 일치도도 낮다. 결국 제약사로서는 이번 정책이 '실익 없는, 빛 좋은 개살구'로 인식될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 철수를 막기 직전에 돼야 고치는 방식이 아닌 현실적인 우대 정책으로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며 "다차원적인 접근을 통해 공급 안정화를 이끌어야 한다. 제형 상관없이 약가 상한 재조정, 예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동일 시설에서 더 높은 약가와 더 큰 시장 규모를 갖는 다른 제품을 만드는 게 제약사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며 "일부 회사가 전적으로 공급하는 낮은 약가의 소아약은 약가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보전해 줘야 이번 정책이 제약사들에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의료계에서도 소아의약품에 약가를 소폭 올려주는 수준에선 생산 활성화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700원에 책정된 약을 10% 올려도 770원이다. 경제적으로 확실한 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회는 "공급 안정성 없는 규제는 환자에 대한 폭력"이라며 "규제로 인해 생산 단가가 오르면 약가도 즉각 연동, 인상돼야 하며 초저가 필수의약품의 원가와 관리비를 100% 보전해야 한다. 초저가 필수약은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안보'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