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영양제 믿다 치매 골든타임 놓친다…"조기진단과 근거 기반 치료 필요"

뇌건강 건기식 2024년 매출 1조 원 웃돌아
의료계 "건기식 의존보다 조기 진단이 우선"

2024.4.4 ⓒ 뉴스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 건강을 챙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인지·기억력 개선을 내세운 건강기능식품과 이른바 뇌 영양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다 치매 예방과 치료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치매는 갑자기 찾아오는 질환이 아니라 인지 저하와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 또는 부모님의 기억력 변화나 일상생활의 작은 이상 신호를 느꼈다면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기보다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1조 1426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그중 포스파티딜세린 제품은 2022년 77억 원에서 2024년 495억 원으로 2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했다.

문제는 일부 소비자들이 건강기능식품을 질환 치료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은 건강 유지와 영양 보충을 목적으로 하는 식품인 반면 전문의약품은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를 거쳐 질환 치료와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사용된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핵심은 기억력 저하를 단순 노화로 여기거나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해 병원 진단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치매는 대개 기억력 저하와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정확한 진단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도인지장애는 단순 건망증보다 인지 기능 저하가 뚜렷하지만 아직 치매로 진단되지는 않은 단계다. 일부 환자는 정상으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시간이 지나며 치매로 진행될 수 있어 조기 진료와 추적 관리가 중요하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기억력 저하를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면 단순 건망증이 아니라 전문 평가가 필요한 단계일 수 있다"며 "문제는 건강기능식품 자체보다 이에 의존하느라 병원 진단이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는 환자마다 진행 속도와 원인이 다르고 연령·동반질환·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성질환이다. 이 때문에 단기간 임상시험만으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치료 의미를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고 환자를 장기간 추적 관찰한 코호트 연구 등 실제 진료 데이터 기반 근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활용 가능한 전문의약품은 콜린 제제를 제외하면 제한적인 상황이다. 콜린 제제는 20년 넘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돼 왔으며 ASCOMALVA 연구 등 최신 임상 근거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대규모 코호트 연구 등 국내 실제 진료 데이터 기반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

특히 인지·기억력 관련 건강기능식품은 대부분 고가로 판매되는 만큼 환자와 가족의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1733만 원, 생애 누적 비용은 약 2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치매 예방의 출발점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이라며 "기억력 변화가 의심된다면 영양제에 의존하기보다 병원을 방문해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