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평가' 칼 빼든 복지부…1400억 제약 시장 '긴장감'

은행엽·실리마린 등 3개 성분 선정…143개 품목 영향권
급여 축소·선별급여 확대에 제약사 매출 감소 우려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2026년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보건복지부가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으로 은행엽엑스, 도베실산칼슘수화물, 실리마린 등 3개 성분을 확정하면서 제약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3개 성분의 3년 평균 청구액 합산이 1400억 원에 달하고 143개 품목이 영향권에 드는 가운데 재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 제외 또는 선별급여 전환이 이뤄질 경우 제약사 매출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개편 및 2026년도 대상 약제 선정' 내용을 보고하며 위 3개 성분을 재평가 대상으로 지정했다. 재평가는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거나 해외 보건당국의 재검토가 진행 중인 약제를 중심으로 선정됐다.

가장 시장 규모가 큰 성분은 은행엽엑스다. 말초동맥 순환장애, 어지러움, 이명 등 치료에 쓰이며 대표 제품은 SK케미칼의 '기넥신에프정'이다. 93개 품목의 3년 평균 청구액은 816억 원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재평가 이후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청구액이 52.1% 상승했다.

선정의 직접적 근거가 된 것은 스위스 보건당국(HTA)의 움직임이다. 스위스는 은행엽엑스와 관련해 연구 결과가 서로 상충된다는 이유로 의료기술평가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해외 주요 보건당국의 재검토 착수를 이번 재평가 대상 선정 기준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도베실산칼슘수화물은 모세혈관 투과장애를 수반하는 혈관손상, 당뇨병성 망막병증, 정맥기능부전 등 치료제로 대표 제품은 일성아이에스의 '일성독시움정'이다. 41개 품목의 3년 평균 청구액은 346억 원이다.

이 성분은 2021년 재평가 대상이었던 빌베리건조엑스의 대체 성분으로 주목받으며 처방이 급증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약 56억 원이었던 청구액은 2021년 104억 원, 2023년 307억 원, 2025년 381억 원으로 증가했다. 빌베리 급여 삭제 이후 6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복지부는 이를 전형적인 우회 처방으로 보고 이번 재평가 대상에 포함했다.

실리마린은 독성 간질환과 만성간염 등의 보조치료제로 대표 제품은 부광약품의 '레가론캡슐'이다. 9개 품목의 3년 평균 청구액은 219억 원이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재평가 필요성을 심의한 바 있으며 복지부에 따르면 해외에서 수행된 연구에서 치료적 이점이 불분명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 재평가는 지난 3월 건정심에서 최종 의결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의 후속 조치다. 복지부는 재평가 결과 조치를 기존 급여 유지·급여 제외에 더해 선별급여(본인부담 50% 또는 80%)로 확대했다. 새롭게 마련한 재평가 방안은 임상적 유용성을 최우선으로 평가하되 근거가 일부만 있는 경우 사회적 필요성을 종합 고려해 선별급여를 적용한다.

임상적 유용성은 '충분-일부-없음'으로 구분해 판단한다.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약제에 본인부담 80%의 선별급여가 적용될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 처방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이를 사실상 시장 퇴출에 준하는 압박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다음 달 초 2026년도 재평가 추진을 공고하고 오는 12월까지 제약사별 근거자료 접수, 평가, 학회·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1차 평가결과를 검토·통보할 계획이다. 이후 2027년 1분기까지 이의신청 및 검토, 사후평가소위원회, 약평위 심의 등을 거쳐 2분기에 최종 결과를 건정심에서 심의한다.

제약사들은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할 근거를 확보하거나 일반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전환 전략을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처럼 평가 결과에 따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선 임상 근거 확보에 집중하되 결과에 따라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