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한계 돌파구 '오픈이노베이션'…K-바이오 생존게임 승부수

R&D 비용 절감·개발기간 단축 핵심 전략…SI·공동연구 방식 다양
동구바이오제약 SI 역할 두각…유한양행 '렉라자' 모범사례

지놈앤컴퍼니 연구진이 후보물질을 분석하고 있다.(지놈앤컴퍼니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에 나서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바이오벤처 기업에 투자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전략적투자자(SI)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외부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시장성을 갖추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가 오픈 이노베이션 모범 사례로 꼽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동구바이오제약은 최근 신약개발 바이오텍인 지놈앤컴퍼니에 10억 원 규모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지놈앤컴퍼니가 신규로 발행한 270억 원 규모 제4회 전환사채(CB) 중 일부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2020년부터 지속된 동구바이오제약의 누적 투자액은 총 45억 원으로 늘어난다. 지놈앤컴퍼니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신규 타깃 항체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중심 신약개발이라는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을 더하고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선택 아닌 필수 '오픈 이노베이션'…10년·1조 한계 극복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 따르면 신약개발은 대개 10년에서 15년 이상의 긴 시간과 1조 원이 넘는 연구개발(R&D) 비용이 투자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약개발은 고위험·고수익 사업으로 분류된다. 긴 시간과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도 초기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을 거쳐 최종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성공할 확률은 1만 분의 1 수준으로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제약바이오 산업 특유의 R&D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 자리 잡았다. 기업이 자체적인 내부 R&D에만 갇히지 않고 학계나 연구기관, 유망 벤처기업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새로운 기술과 후보물질 등을 도입하는 전략이다.

과거에는 기술유출 등 우려로 신약 후보물질 도출부터 후기 임상, 허가 등 대부분의 신약개발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폐쇄형 혁신이 R&D의 주된 방식이었다. 하지만 첨단 제약바이오 기술 등이 쏟아지면서 단일 기업이 모든 임상 리스크와 R&D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나타났다.

이후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특정 질환 타깃 도출 등에 전문성을 지닌 유망 벤처나 스타트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공동 임상과 전략적 투자 등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대형 제약사는 초기 연구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바이오벤처는 대형 제약사로부터의 투자와 임상 개발 역량 등에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 개발 타임라인.(유한양행 제공)/뉴스1
국산 항암제 최초 美FDA 승인…유한양행이 증명한 성공 방정식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는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자체 R&D 인프라에 안주하지 않고 지난 10년 이상 꾸준히 외부 유망 기술 도입과 벤처 지분 투자를 공격적으로 단행해 왔다.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초기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한 뒤 임상 2상 등 개발을 통해 물질 가치를 높였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에 최대 1조 4000억 원 규모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유한양행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렉라자 임상을 진행했다. 글로벌 대규모 임상 3상 등은 얀센이 담당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렉라자는 국내 최초로 FDA 승인을 획득한 국산 항암신약이 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입된 목표성과 달성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는 유한양행의 실적 향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성공 신화에 안주하지 않고 확보된 자본을 다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자체 기초연구 지원 프로그램인 '유한 이노베이션 프로그램'(YIP)을 신설해 대학과 연구기관의 초기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면역질환 등 30여 개에 이르는 파이프라인 구축해 신약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신약개발 비용과 10여년에 이르는 임상 기간의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생존 전략이자 지름길이 됐다"면서 "바이오벤처, 제약사, 글로벌 제약사 등으로 이어지는 신약개발 생태계가 탄탄하게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