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영 교수 "약가경쟁 유도 필요…더 저렴한 제품이 더 팔려야"

[제27회 바이오리더스클럽] "정보비대칭 따른 시장 실패가 현 상황"
복제약 대체조제 인센티브 등 선진국형 약가 참조제도 도입 강조

권혜영 목원대학교 교수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7회 바이오리더스클럽'에서 약가제도의 합리적 개선과 제약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2026.3.12/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은 건강보험 재정에 의존하고 비효율적인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약가만을 조정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구조를 건전하게 만들고, 경쟁력이 있는 제약바이오기업을 더 육성하는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건보재정 의존 시장 구조 탈피…시장 경쟁 이끌어내야

권혜영 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12일 오전 뉴스1 주최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7회 바이오리더스클럽 조찬행사'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복제약(제네릭)에 매출을 의존하는 상황은 건보재정에 의존하게 되는 시장 구조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더 낮은 가격 제품이 더 많이 팔린다'(The lower, The more)는 개념이 지켜질 수 있도록 약가를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선 특정 성분에 수백 개의 품목이 등재돼 경쟁함에도 상한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인 제품과 달리 의약품 분야는 의사 결정자(의사 등 의약계)와 소비자(환자), 비용 지불자(건보공단)가 일치하지 않아 가격 인하 유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권 교수는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것은 정보비대칭에 따른 시장 실패와 제3자 지불 방식에 따른 도덕적 해이에 기반한다"라면서 "제약사는 가격을 내려도 시장에서 더 많이 팔린다는 확신이 없어 결국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방법인 리베이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제약시장은 경쟁력이 없는 일부 기업들이 위탁생산이나 리베이트 등을 통해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지난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등의 정책 이후 오히려 경쟁력과 무관하게 연명하는 소규모 제약사들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는 평가다.

권 교수는 "연간 생산액이 10억 원 미만인 회사가 약 30%를 차지하지만 전체 의약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밖에 되지 않는다"라면서 "10억 원 미만의 영세 제약 회사들이 급증하는 것은 시장의 생존이 기업의 경쟁력과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권혜영 목원대학교 교수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7회 바이오리더스클럽'에서 약가제도의 합리적 개선과 제약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2026.3.12/뉴스1 김성진 기자
'가격 더 낮을수록 더 많이 팔린다' 원칙·수요 규제 필수

권 교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합리적인 약가 정책을 통해 자발적인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공급 측면의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가격을 자발적으로 인하한 제약사의 품목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시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미국처럼 하나의 복제약이 들어갔을 때 가격이 30%, 5개가 들어가면 85%까지 내려가야 한다"라면서 "가격을 내린 제약사의 약이 시장에서 훨씬 더 많이 팔리도록 하는 '더 로어, 더 모어' 원칙이 작동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복제약 출시로 가격이 하락하고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돼야 하지만 국내에선 오히려 시장 규모가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공급 측면의 경쟁 유도뿐만 아니라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의 선택을 합리적으로 이끄는 강력한 수요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의사와 약사, 환자에게 장려책과 억제책을 활용해 비용 효과적인 의약품 사용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프랑스는 약사에게 대체 조제권을 주고, 대체 조제 달성 여부를 조제 수가와 연동시키는 등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참조 가격보다 높거나 대체 불가한 약을 조제할 시 환자가 비용을 먼저 부담하게 하는 등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줌으로써 복제약 사용률을 90%까지 끌어올렸다"라면서 "합리적인 정책으로 약가가 시장에서 결정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시 제약사들은 자발적으로 생존 전략 등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7회 바이오리더스클럽은 '약가 개편과 신약 오픈이노베이션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 재편'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이병건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이사장,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국내외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대표, 증권, 벤처캐피탈(VC)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