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희귀 의약품 신약 개발 드라이브…"기술력 입증 기회"

한미약품, 하반기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 2상 결과 발표…FDA, BTD 지정
사회적 이미지 제고·미개척 시장 진출 기회…규제 완화 목소리도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제약·바이오 업계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희귀의약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술력 입증과 기업 이미지 제고는 물론, 아직 개척되지 않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희귀의약품 개발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바라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달 한미약품의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 '에페거글루카곤(HM15136)'을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이하 BTD)로 지정했다.

BTD는 시중 치료제와 대비해 임상적으로 상당한 개선 가능성이 데이터로 증명된 의약품에 대해 신속한 허가를 내어주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패스트트랙 제도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FDA로부터 임상부터 허가까지 개발 전반에 대한 집중적인 자문과 지원을 받게 되며, 우선 심사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한미약품은 올 하반기 2상 결과를 발표한다.

대웅제약은 폐섬유증 신약 베르시포로신 임상 2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tee, IDMC)로부터 안전성 확인, 임상 지속 권고를 재확인받았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의 섬유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돼 호흡 기능이 저하되는 희귀질환이다.

국내 희귀의약품 시장은 현재 '수입산' 일색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된 희귀의약품 생산액은 2630억 원이었던 반면, 수입액은 4050억 원에 달했다.

희귀질환은 유병 인구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정확한 유병 규모를 알 수 없는 질환을 의미한다.

희귀의약품 개발 자체가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데다, 시장 규모도 크지 않아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인식하고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올 2월 기준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은 모두 73개인데, 이중 국내 업체가 개발중인 약제는 61개로 집계됐다.

업계는 희귀의약품 개발이 국내외 시장에서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희귀질환 극복에 기여한다는 사회적 의미와 함께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개발 업체에 일정 기간 시장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블루 오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미개척 시장에 대한 판로를 뚫을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개발만 하면 해당 약품 수요가 있는 국가에서 인·허가 절차부터 판로 개척까지 도와준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시장 진출을 위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업계는 희귀의약품 개발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희귀질환관리법상 희귀 질환의 치료나 진단에 사용하는 의약품이면 대체치료제와의 비교 우위를 입증할 필요 없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가능하도록 한 바 있다.

또 생산이 어려운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선 약제 등재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330일에서 150일로 단축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6일 '국내 희귀의약품 현황 분석과 향후 과제' 리포트를 통해 "현재 환자에게 공급되고 있는 희귀의약품은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보인다"며 "국내 기업의 희귀의약품 개발 역량을 실질적인 제품화 및 시장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규제 개선, 재정 지원, 임상 인프라 확충을 포함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