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상법에 '경영권' 고민 빠진 제약·바이오…코스닥 동전주는 이중고
대주주 장악력 약한 중소 제약·바이오…자사주 방어 카드도 사라져
동전주는 주가 부양·경영권 딜레마…"주주 재산으로 경영권 방어 부적절" 비판도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하는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서 중소형 제약·바이오 업계가 경영권 고민에 빠졌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으로 여겨지던 자사주 활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강화된 규제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동전주 기업들은 더욱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9일 정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3차 상법 개정안 공포안을 통과시켰다. 자사주 취득 시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앞으로 자사주를 갖고 있는 상장사는 유예기간 6개월을 포함해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우호세력과 맞교환하기 위해선 주주총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소액 주주들이 뭉칠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개정 상법이 시행됨에 따라 상장사들의 경영권 방어 카드도 줄어들게 됐다. 자사주는 그 자체로 의결권이 없지만 제 3자에게 매각될 경우 부활한다. 그간 상장사들은 이런 특성을 활용해 우호세력과 자사주를 교환하며 '상호방위 조약'을 맺어왔다.
특히 중소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수단마저 마땅치 않아져서다.
뉴스1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 중 상장사 117개 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미공시 업체는 2분기)으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30% 미만이면서 자사주를 보유한 곳은 23개 사로 집계됐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40% 미만인 곳으로 넓히면 총 46개 사로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0%는 넘어야 안정권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한다.
업계는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산업 특성상 외부 투자 의존도가 높아,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자사주 카드까지 날아가면 경영권이 더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아직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은 신생 상장사들 역시 경영권 방어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한 바이오텍 대표는 "그동안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해 온 기업이 적지 않은데, 중소형 기업들은 더 이상 이 같은 전략을 쓰기 어려워졌다"며 "대안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동전주 기업들은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경영권 방어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코스닥·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동전주는 29개 사다.
업계의 이런 고민에 "왜 주주의 몫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려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자사주는 기본적으로 '주주'의 재산인 만큼, 경영권 방어에 이용하는 건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오너 입장에선 경영권을 지킬 수단이 줄어드는 것이지만, 개인 주주들이 고려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해 대주주가 직접 지분을 매입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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