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수진 "연구안보, 개인윤리 넘어 국가가 책임…연구자 중심돼야"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지능적 포섭 맞서 '민감연구과제' 신설"
연구안보 전담기관 출범 기대 "국제 공동연구서 경쟁력 더할 것"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자동화된 로그 기록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연구를 보호하고, 사후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연구자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축하지 않으면서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수진 국회의원(국민의힘)은 4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안에 관해서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구자 개인 윤리에 의존하던 연구 보안 체계가 국가 안보 시스템 차원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최수진 의원은 "과거 단순한 접근을 넘어 이제는 중국 정부 주도의 천인계획 변종 프로그램들이 연봉 4억 원, 파격적인 정부 보조금, 주택·자녀 학자금 지원 등 거부하기 힘든 경제적 패키지를 제시하며 연구자의 삶 전체를 포섭하려 한다"면서 "이는 단순히 메일 한 통 보내는 수준이 아닌 치밀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설명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149명이 '중국의 글로벌 우수 과학자 초청 사업'이라는 이메일을 받은 사건 외에도 다수의 국책 연구기관이 표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원 전수조사 결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226건, 한국재료연구원 188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127건 등 국가 연구개발(R&D)을 주도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도 수백 건의 접촉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회원 중 61.5%가 최근 5년 내 해외 영입 제안을 받았다. 이 중 82.9%가 중국발 제안이었을 정도로 기술 탈취 시도는 전방위적이다.
포섭 전술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기술 유출 논란이 일자 중국은 천인계획이라는 명칭을 숨기고 '외국인 전문가 프로젝트', '치밍'(Qiming), '111 프로젝트' 등 새로운 이름을 내건 변종 프로그램을 동원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 대상의 메일 발송에서 벗어나, 출장이나 협력 프로젝트 명목으로 국내 연구자를 중국으로 반복 초청하는 개별 접근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실제로 최근 5년간 10회 이상 중국을 방문한 출연연 연구자만 27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연구자 개인의 윤리와 자율적인 신고에만 의존해 온 사후 약방문식 보안 체계는 이처럼 고도화된 연구자, 연구, 기술 탈취 시도 앞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안의 핵심은 보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중간 단계 등급인 민감연구과제 신설이다.
최 의원은 "기존 국가기밀급 보안과제와 전면 공개되는 일반과제라는 이분법적 구조로는 잠재적 가치가 높은 첨단 기술을 지키기 어렵다"면서 "유출 시 국가 안보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별도의 관리가 필요한 민감연구과제 등급을 직접 제안했다"고 말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범부처 연구 관련 보안지침을 수립하게 된다. 또 보안과제를 원천적으로 보호하는 체계가 갖춰질 전망이다.
앞으로는 보안과제 성과 소유권은 사전 승인 없이 이전하는 것이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시행령 초안을 마련하고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세부 분류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최 의원은 "미국이 악의적 해외인재유치프로그램 참여 연구자에게 연방 연구비 지원을 제한하고,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위험평가를 의무화한 것처럼 우리도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된 과제는 보안 강화를 위한 간접비 등 예산을 우선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시행령에 명시할 것을 주문했다"면서 "학계와 연구계의 목소리를 100% 반영해 과잉 규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보안 강화가 연구를 방해하는 과잉 규제가 되지 않도록 학계와 연구계의 목소리를 100%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라 과기정통부 주도로 국가연구개발사업 보안 관련 상담과 교육, 실태조사 등을 수행하는 연구 보안 전담 기관이 출범할 전망이다.
최 의원은 "신설될 전담 기관은 외국의 수상한 제안을 실시간으로 상담하고 위험성을 판별해 주는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국가정보원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보안 사고 발생 시 즉각적으로 기술적인 조사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보안 강화가 국제 공동 연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오히려 글로벌 협력의 필수 조건임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보안 체계가 미비한 국가와의 협력을 피하는 추세"라면서 "이번 법 개정은 우리가 믿을 만한 파트너임을 증명하는 글로벌 입장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자의 자율성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단순 보안 실수가 부정행위로 간주되지 않도록 시정 명령과 개선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를 법에 명시했다.
최 의원은 "부처가 관리 편의를 위해 연구자들에게 불필요한 보고 의무를 지우는 행정 편의주의적 규제는 피해야 한다"면서 "연구 보안 인증제를 통해 보안을 잘하는 기관에는 실질적인 우대 조치와 혜택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도록 지휘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수진 국회의원(국민의힘) 프로필
△서울 중구·성동구을 당협위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운영위원회· 22대 국회의원(비례)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대표 △OCI(주) 바이오산업부 부사장 △대웅제약 연구소 연구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규제특별심의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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