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코스닥 바이오 동전주…상폐 피하려 '무상감자'까지 감행

동전주 앱토크롬, 무상감자 통해 결손금 보전…자본금만 1000억 원 넘게 깎아
'착시효과' 노리는 액면병합도 속출…7월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할 듯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정부가 오는 7월부터 동전주에 대해서도 상장 폐지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면서 코스닥 바이오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무상감자를 통해 결손금을 털어내거나, 액면 병합으로 주가를 띄우며 '착시 효과'를 노리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의약품 유통 전문 업체 앱토크롬은 지난달 23일 보통주 2억 974만 9806주의 무상 감자를 공시했다. 감자비율은 95%로, 보통주 20주를 1주로 병합하는 방식이다.

감자 이후 앱토크롬의 자본금은 1104억 원에서 55억 원으로 감소한다. 회사 측은 "결손금 보전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무상감자 고육책부터 액면 병합…바이오 동전주 '발등에 불'

무상감자란 주주에게 보상 없이 주식을 회수, 소각해 자본금을 줄이는 절차를 말한다. 줄어든 자본금만큼의 감자 차익은 결손금 보전에 사용된다.

결손금은 적자가 누적돼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태를 말한다. 앱토크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결손금은 409억 원으로 전년말 386억 원에서 확대됐다.

업계는 앱토크롬이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고 보고 있다. 자본금을 깎는 행위 자체는 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방증이라는 점에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결손금을 털어낸 이후 유상증자 같은 긴급 수혈을 통해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다. 결손금을 모두 해소할 경우 이익잉여금도 늘어나는 만큼, 이론적으로 배당도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를 상장폐지 요건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앱토크롬의 지난달 27일 종가는 172원으로 이대로라면 상장폐지가 불가피하다.

앱토크롬의 방식은 주주에게 동전주를 탈출했다는 착시효과를 주기도 한다. 20주를 1주로 병합한 신주는 오는 6월 1일 상장될 예정인데, 27일 종가 172원을 병합된 신주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가는 3440원이 된다. 다만 주식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시가총액에는 변동이 없다. 주가만 형식적으로 오를 뿐 가치는 그대로라는 뜻이다.

업계에선 앱토크롬처럼 무상감자에 나서는 동전주 업체들이 속속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앱토크롬의 모회사 에이프로젠과 형제회사인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도 같은 날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무상감자는 아니지만 단순 액면 병합에 나서는 동전주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휴마시스, 케이바이오, 경남제약, 본느, 씨유메디칼은 1대 5 비율의 주식 병합을 공시했다. 가장 빠르게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인 만큼, '착시효과'라도 투자자에게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가 상승 국면에서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안간힘에도 반등 가능성은 "글쎄"…7월 대규모 구조조정 전망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실질적인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액면병합을 형식적으로만 주가를 끌어올리는 '꼼수'라고 보고, 병합 후에도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을 경우 상장폐지 대상으로 보겠다는 방침이다. 겉모습만 바꾸는 것이 아닌 본질적인 경영 환경 개선에 나서라는 의미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발행 주식수가 줄어든다는 건 평소보다 더 빠르게 주가가 내려갈 수도 있다는 의미도 된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기업의 체질이 바뀐다면 주가가 오를 수는 있겠지만 이는 이론에 불과할 뿐, 무상감자까지 해야 할 정도의 업체에 투자 수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는 7월부터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스1이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으로 바이오 상장사(거래정지 제외)를 분석한 결과 코스닥 시장 동전주는 앱토크롬·씨엑스아이·디에이치엑스컴퍼니·케이바이오·본느·케이엠제약·네오이뮨텍·씨유메디칼·경남제약·휴럼·네오펙트·엠젠솔루션·우진비앤지·피플바이오·모아라이프플러스·텔콘RF제약·크레오에스지·휴마시스·뉴온·한국비티비·에스씨엠생명과학·씨엔알리서치·서울리거 등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상장사는 메타케어·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에이프로젠·인스코비·오리엔트바이오 등이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