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반값 선언한 위고비…국내 비만약 시장도 '가격 전쟁' 오나

비만약, 데이터 경쟁 넘어 가격 전면전
국내선 특허 만료·후발주자 진입 관건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미국에서 시작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반값 인하 카드가 국내 시장에도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노보 노디스크가 미국에서 비만약 '위고비' 가격을 최대 50% 인하하기로 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가격 재편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는 내년 1월 1일부터 GLP-1 계열 치료제의 월 출고가(WAC)를 675달러(약 97만원)로 조정한다. 기존 위고비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 역시 기존 약 1000달러에서 동일하게 인하된다. 모든 용량과 주사제·경구제에 일괄 적용된다.

이번 가격 인하는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선 선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보의 차세대 비만 신약 후보 '카그리세마'의 임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일부 국가에서 위고비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일라이 릴리 역시 '커피 한 잔 값'의 비만약을 공급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데이터 경쟁이 중심이었던 시장이 본격적인 가격 승부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약가와 유통 구조가 미국과 크게 달라 해외 가격 변동이 곧바로 국내 판매가 인하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비만약은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는 급여 등재다. 하지만 이는 재정 부담 문제와 직결돼 단기간 내 가시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수요 상황도 변수다. 현재 가격 수준에서도 처방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가격에서도 수요가 충분해 제조사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가격을 낮출 유인이 크지 않다.

다만 향후 위고비가 국내 특허 만료를 앞두고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거나, 한미약품 등 국내 기업들이 비만약을 본격적으로 출시할 경우 국내에서도 가격 경쟁이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편"이라며 "위고비가 국내에서도 가격을 낮추고 환자 쏠림이 뚜렷해질 경우 경쟁사들 역시 가격 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