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호조에 배당 보따리 풀었지만…커지는 제약업계 '약가 리스크'

약가 인하 시 순익 감소 불가피…업계 "신약 개발 동력 꺼질 것" 우려
제약업계, 벼랑 끝 협상 나설 듯…정은경 "건보 재정 지속성 문제" 강경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제약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확대하고 있지만, 업계 내부에선 약가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달 약가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최대 3조 6000억 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오 업계의 연쇄 타격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위 5대 제약사 등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086억 3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8.7% 늘었다. 전문의약품 처방이 늘어난 가운데, 해외 사업 등에서 성과를 낸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이 늘어나면서 주주를 위한 배당도 늘었다. 유한양행은 최근 전년 대비 100원 늘어난 주당 6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녹십자 또한 주당 1500원, 대웅제약은 주당 600원의 배당에 나섰다.

거침 없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정책 리스크로 외형 성장 흐름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예정대로 약가 인하를 단행할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며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수준으로 책정된 현행 복제약의 약가 상한선을 40%대까지 일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제약업계는 약가 상한선을 40%로 낮출 경우 약 3조 6000억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업계는 단순히 실적 악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약 개발' 역량 자체가 퇴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상 전통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재원을 '제네릭 매출'로 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시험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특성 상, 제약 부문에서 현금이 나오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며 "자금난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덕철 전 복지부장관은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지속가능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 리포트를 통해 "제네릭 산업에 대한 안정적 기반이 확보되지 않으면 신약 개발의 동력을 창출할 수가 없다"며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는 '바텀 라인'을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약가 인하가 제약업계뿐만 아니라 바이오 업계의 펀더멘탈까지 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오 업체의 주된 구매처가 제약사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약가 제도 개편안을 상정하지 않은 만큼, 업계는 남은 기간 최대한 협상을 해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약가 인하 의지가 큰 만큼, 협상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정은경 복지부장관은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약가 제도 개편안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