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60% 슈퍼박테리아 잡는다…철분 위장한 '페트로자'[약전약후]
'트로이 목마' 방식 세균에 침투…다제내성균 치료 새 지평
경제성평가 생략·위험분담제 적용 급여 문턱 넘어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치사율이 최대 60%에 이를 수 있는 항생제 내성균(슈퍼박테리아)을 잡는 슈퍼항생제 '페트로자'(성분명 세피데로콜)이 국내 다제내성균 환자에게 새 희망을 줄 전망이다. 제일약품이 도입한 이 약은 허가 1년 만에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다.
페트로자는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시데로포어 세팔로스포린'(Siderophore Cephalosporin) 계열 항생제다. 제일약품은 지난 2022년 시오노기와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이 약의 가장 큰 특징은 별명인 '트로이 목마'가 설명하듯 세균을 속여 내부로 침투하는 독창적인 작용 기전이다.
일반적으로 그람음성균은 외막을 단단히 잠가 항생제 침투를 막거나, 들어온 항생제를 밖으로 퍼내는 방식으로 내성을 획득한다. 페트로자는 정공법 대신 세균의 생존 필수 요소인 '철분'을 미끼로 삼았다. 박테리아가 생존과 증식을 위해 외부의 철분을 흡수하려 할 때 철분과 결합한 페트로자가 마치 영양분인 것처럼 위장해 세균의 '철분 수송 통로'를 통해 외막을 통과한다.
세균 내부로 유유히 진입한 페트로자는 페니실린 결합 단백질(PBP3)에 결합해 세포벽 합성을 저해함으로써 균을 사멸시킨다. 기존 항생제가 성벽(세포막)을 뚫지 못해 고전할 때 페트로자는 성문을 열게 만들어 내부에서 적을 무력화시키는 셈이다. 이 기전 덕분에 카바페넴에 내성이 있는 장내세균(CRE),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CRAB), 녹농균(CRPA) 등 치명적인 다제내성균에 강력한 효능을 보인다.
이번 페트로자 보험 급여 등재가 의료 현장에서 환영받는 이유로는 CRAB 등 그람음성균 치료의 난이도 때문이다. CRAB는 인공호흡기나 카테터를 사용하는 중환자실 환자에게 주로 감염돼 폐렴과 패혈증을 유발하며, 치사율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동안 의료진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신장 손상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콜리스틴'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콜리스틴마저 듣지 않거나 환자의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CRAB를 '최우선 병원균'(Priority 1)으로 지정하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촉구해 온 이유다.
페트로자는 임상 시험을 통해 콜리스틴 기반 요법 대비 우수한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신장 독성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자가 많은 다제내성균 감염 치료에 있어 결정적인 경쟁력이다. 이번 급여 적용으로 의료진은 부작용 우려를 덜고 보다 적극적인 항생제 처방이 가능해졌다.
페트로자의 급여 등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항생제는 개발 난이도가 높지만 내성 발생 우려로 사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약제 특성상 '박리다매'가 불가능해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이로 인해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출시를 포기하거나 철수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일약품은 이러한 수익성 한계에도 공중보건 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에 기반을 두고 급여 등재를 추진해 왔다. 정부 역시 사안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페트로자에 대해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경평 면제) 제도를 적용했다. 이는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려운 희귀·중증 질환 치료제에 대해 예외적으로 급여를 인정하는 제도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위험분담제'(RSA) 계약을 통해 재정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이달 1일부터 적용된 이번 급여는 신약 하나가 추가된 것을 넘어 수익성이 낮은 필수 의약품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보험급여를 통해 환자들은 비급여로 투약할 시 겪을 수 있는 막대한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 본인부담금만 내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제일약품은 페트로자의 안착을 통해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내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증 환자 치료에 중요한 '필수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갖춰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일 전망이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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