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서두를 이유 없다"...콧대 높아진 바이오텍, 빅파마와 '밀당'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 "자금 조달 숨통 트이자 M&A 관망세"
"中 바이오텍, 기술이전 벤치마크 부상...韓, '마진율·속도'로 승부해야"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이 28일 서울 방배동 제약바이오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6. 1. 28/뉴스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바이오텍들의 자금 조달 숨통이 트이며 '헐값 매각'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이전의 새로운 벤치마크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비만 치료제 등 메가 트렌드 속에서 차별화 전략을 구축해야 할 전망이다. '높은 마진율'과 '임상시험 속도전'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2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진행된 '해외 진출 역량 강화 세미나'에서 이번 행사를 분석하며 "바이오텍으로의 자금 유입이 원활해지면서 매각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빅파마와 바이오텍 간의 협상 주도권이 변화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자금 수혈 받은 바이오텍…"헐값엔 안 판다"

허혜민 연구원은 바이오텍 인수합병(M&A) 시장의 정체 원인을 자금 조달 환경의 개선에서 찾았다. 올해 JPMHC에서는 일라이 릴리가 벤틱스 바이오사이언스를 12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알짜 기술을 선점하려는 전략은 유효했으나, 수십조 원 규모의 대형 M&A는 나오지 않았다.

허 연구원은 "2025년이 기록적인 M&A 활동을 보였던 탓도 있지만, 최근 바이오텍들의 자금 조달이 4년 만에 가장 활발해진 점이 크다"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자금 여력이 생긴 바이오텍들이 굳이 바겐세일할 이유가 사라졌다. M&A 프리미엄이 기업 가치의 100%까지 치솟는 등 몸값이 높아지자 빅파마들도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술이전의 새로운 기준 중국…"애브비의 선택, 시사점 커"

M&A는 저조했지만 기술이전 시장은 뜨거웠다. PD-1·VEGF' 이중항체, 뇌혈관장벽(BBB) 셔틀,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차세대 모달리티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했다. 허 연구원은 애브비가 총 56억 달러(약 8조 원) 규모로 중국 레메젠의 이중항체를 도입한 사례를 꼽으며 중국 기업의 위상 변화를 강조했다.

허 연구원은 "애브비가 서밋 대신 중국의 레메젠을 파트너로 낙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지난해 글로벌 기술 거래 상위 10건 중 7건이 중국 기업일 정도로 이제는 서구권이 아닌 중국 바이오텍의 딜이 업계의 벤치마크가 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여전히 뜨거운 시장인 것으로 재확인됐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양분한 시장에 후발 주자들이 복약 편의성을 무기로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노보 노디스크는 경구용 위고비가 주사제와 대등한 16.6%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릴리는 2026년 경구제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허 연구원은 "선두 기업들은 경구(먹는) 제형으로, 후발 주자인 암젠과 화이자는 월 1회 투여 제형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릴리의 경구제가 주사제 시장을 얼마나 잠식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라고 설명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이 발표한 'JPMHC 기간 중 M&A와 기술거래 관련 소식'. 2026. 1. 28/뉴스1 황진중 기자
K-바이오, "규제 리스크 해소…'마진·속도' 어필해야"

허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 완화'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며, 국내 기업들이 파고들 틈새전략으로 '마진 개선'과 '속도전'을 제시했다.

허 연구원은 "빅파마들은 약가 인하 압박 속에서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에 목말라 있다"면서 "복잡한 생물학적 제제 대신 원가율이 낮은 저분자 화합물로의 제형 변경 등 수익성을 어필하면 눈이 번쩍 뜨이는 접근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결국 기업 가치는 임상 속도에 달렸다"면서 "정부가 임상 승인 절차 단축 등 유연한 지원 사격을 해준다면,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K-바이오에도 다시금 르네상스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