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가능성 재확인…2025 제약·바이오, 제도 변화 속 재편

[2026 제약바이오 전망] 기술수출 21조원 돌파…역대 최대
정부, 약가 제도 개편에 업계 '반발'…국내서도 비만약 열풍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은 조유리 기자 = 2025년 제약·바이오 산업은 제도 변화와 시장 재편이 동시에 몰아친 한 해였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수출 계약 총액이 약 21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K-바이오'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정책 환경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정부는 약가제도 개편, 바이오의약품 CDMO 특별법, 비대면 진료 제도화 등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정책들을 본격 추진했다. 이를 지켜본 업계는 재정 건전성 강화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네릭 중심 산업 구조에서 광범위한 재평가와 약가 인하가 곧바로 매출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통 질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생활용품점 다이소에서 3000~5000원대 건강기능식품 판매가 확산하고, 창고형 약국이 등장하면서 소비자 편의 확대와 약국 기능 약화 논쟁이 동시에 불붙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제약사의 공급 중단,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착수,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 마련 계획 등 제도 보완 논의도 이어졌다.

아울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에 이어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되며 비만 치료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고, 전국민의 관심을 받는 약이 됐다. 한미약품, 일동제약 등 국내 기업들도 개발과 허가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비만약 경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바이오' 저력 제대로 보여준 2025년…기술수출 21조 돌파

2025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기술수출 계약 총액 약 21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플랫폼 기술과 신약후보 물질의 해외 이전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도 확대됐다.

다만 총액보다는 마일스톤 수령과 임상 진입 등 실질 성과가 중요해진 만큼, 내년에는 질적 성과로의 전환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본업 'CDMO'에 집중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지난 5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고, 본업인 CDMO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11월 1일 자회사 관리를 전담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가 공식 출범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독립적인 CDMO 사업체로서의 정체성과 수주 경쟁력 강화를 본격화했다. 이번 분할은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고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CDMO 특별법 제정…생물보안법 통과로 '반사이익'

'바이오의약품 CDMO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복잡했던 수출·통관 절차와 인증 요건이 명확해졌고,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신뢰도 역시 제고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068270),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히며, 인천 송도 중심의 바이오 생산 클러스터 확대도 기대된다. 여기에 중국 바이오 업체를 견제하는 미국의 생물보안법 통과로 국내 CDMO 기업들은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위고비' 이어 '마운자로' 상륙…비만 치료제 열풍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에 이어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되며 비만 치료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다. 특히 마운자로는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에 오르며 국내외 시장의 관심을 집중모았고, 급여 적용 여부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내 제약사들도 속속 비만약 개발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하며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만 치료를 둘러싼 접근성과 재정 지속 가능성 논의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이소서 건기식 판매…유통 구조 변화 촉발

올해 초 생활용품점 다이소 매장에서 3000~5000원대의 건강기능식품이 대거 판매되면서 업계의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저가형 균일가 비타민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으나, 약사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일부 제약사는 공급 중단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약사회의 외압 여부 등을 살펴보기 위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으로 분류되나 섭취 대상과 효능 특성상 오남용 우려가 있다. 이에 소비자 보호와 정보 제공 기준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졌다.

창고형 약국 등장…소비자 편의 vs 약국 기능 논쟁

경기도 성남에 문을 연 국내 1호 창고형 약국은 대형 마트형 구조로 주목받는 동시에 논란을 일으켰다.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과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약사들은 복약지도 기능 약화와 지역 약국 생태계 붕괴를 우려했다.

일부 창고형 약국에선 마약류 원료로 악용될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된 조제용 의약품이 일반 상품처럼 진열된 사례가 확인되며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약국 명칭과 광고 기준 등을 규제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년 초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 약가제도 개편 추진…제약업계 "성장 저해" 반발

정부는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성과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약가제도 전면 개편안을 발표했다. 신약은 신속 등재를 통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기존 등재약은 재평가를 통해 약가를 조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국내 제약산업이 제네릭 중심 구조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광범위한 재평가와 약가 인하 조치는 곧바로 매출 하락과 수익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혁신 의약품에 대한 보상 강화와 재정 효율성 간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닥터나우 방지법'은 국회 표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한시적 허용 상태였던 비대면 진료가 정식 제도권에 편입됐다. 그러나 의약품 유통을 제한하는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은 신산업 위축 논란 속에서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비대면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참여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공정 유통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혁신 저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약품 심사 '세계 최단' 수준으로…420일→24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약품 심사 기간을 세계 최단 수준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현재 평균 420일이 걸리는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240일 이내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207명의 심사 인력을 충원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허가·심사지원 시스템도 도입해 심사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AI는 제출 서류의 자동 요약·분석을 지원하며, 병렬 심사와 사전 상담 등 제도적 개선도 병행될 예정이다.

'산 넘어 산' 의정갈등…지역·필수·공공의료 남아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갈등이 1년 7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감사원은 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했다고 판단했고,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도 점차 복귀했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필수의료 기피와 지역 간 의료 격차는 여전히 심화하고 있으며, 지역의사제 도입 등 후속 정책은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는 내년 중 의사 수급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2027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확정하고, 중장기 개혁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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