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불 꺼지지 않는 신약 연구소…AI가 이끈 '자율실험실' 혁명
[피지컬AI, 한강의 기적2.0]⑥ 생산·기술인구 감소 위기 '피지컬 AI’로 돌파
'표준화·보안 거버넌스' 중요…'데이터 무결성' 경쟁력 강화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와 저성장 기조는 노동 집약적이며 전문성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산업에 가장 큰 리스크다. 이에 업계에선 인공지능(AI)과 로봇, 센서 등 하드웨어가 결합한 '피지컬 AI'가 새로운 해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은 AI를 도입한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생산공정을 자율화하고 있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선 JW중외제약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이 24시간 가동될 수 있는 '자율실험실'(SDL)을 구축해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뿌리내린 곳은 의약품 생산시설이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과 주요 제약사들은 공정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수율'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했다. 이는 현실의 공장을 가상 공간에 쌍둥이처럼 구현해 공정 변수가 발생했을 때 시뮬레이션으로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 실제 공장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대웅제약 오송공장은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스마트공장 '레벨 4' 인증을 획득하며 피지컬 AI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레벨 4는 사전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공정을 최적화하고, AI가 실시간으로 공정을 제어하는 단계다.
특히 대웅제약은 무인 운반차(AGV)와 자동화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을 약 30% 높이고 제조 원가를 약 20% 절감하고 있다.
한미약품 팔탄 스마트 플랜트도 설계 단계부터 자동화를 고려한 수직형 생산시설 구조와 무선 주파수 인식(RFID) 물류 시스템을 활용해 '작업자 오류'(휴먼 에러)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R&D 분야에선 SDL이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 자동화가 정해진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SDL은 AI가 실험 가설을 설계하고, 로봇이 실험을 수행하며, 도출된 데이터를 다시 AI가 학습해 다음 실험을 최적화하는 '폐루프'(Closed loop)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JW중외제약 등이 SDL을 구축 중이다.
제약바이오협회 또한 교육과 공용 인프라 목적의 SDL을 운영하고 있다. SDL은 목적에 따라 연구원이 퇴근한 심야 시간에도 로봇이 24시간 실험을 지속해 신약후보 물질 탐색과 공정 최적화 등에 필요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규제 기관의 관점에서 피지컬 AI는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하는 강력한 도구다. 사람이 수기로 기록할 때 발생하는 누락이나 오기, 위·변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자동화된 시간 기록 등을 통해 모든 데이터의 이력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다.
표준희 AI신약연구원장은 "피지컬 AI는 단순한 생산성 도구를 선진의약품 제조·생산관리 기준(cGMP) 등 글로벌 규제가 요구하는 엄격한 데이터 신뢰성 기준을 충족시키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기술 도입뿐만 아니라 융합 인력 양성, 규제 기관과의 선제적 논의 등 생태계 전반의 준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엔 아직 기술적 장벽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숙제는 '데이터 표준화'다. 실제 비임상이나 임상 데이터와 달리 SDL이 다루는 실험·공정 데이터는 장비 제조사와 모델마다 포맷이 제각각이라 통합 분석이 어렵다.
표준희 원장은 "AI 학습을 위해서는 결괏값뿐만 아니라 실험 조건, 배치 정보, 장비 교정 이력, 소프트웨어 버전 등 방대한 '메타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데이터가 누락되거나 규격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피지컬 AI 구현을 위해서는 단순한 파일 포맷 통일을 넘어 데이터 식별 체계와 추적 기능까지 포함된 고도화된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막대한 초기 구축 비용 역시 중소·벤처기업엔 큰 부담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론 '공용 SDL' 모델이 있다. 고가의 로봇 자동화 장비와 분석 기기 등을 공용 인프라로 구축해 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다만 공용 인프라에서는 기업의 핵심 자산인 지식재산권(IP) 보호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테넌트(Tenant) 분리' 등이 요구된다.
테넌트 분리는 물리적 공간은 공유하되 디지털 공간에서의 접근 권한을 철저히 분리하는 식의 방안이다. 또 보안 분석 환경을 구축해 기밀 데이터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것과 분쟁 발생 시 이를 조정할 관리 체계 역시 마련하는 것이 요구될 전망이다.
표 원장은 "공용 SDL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권한 분리, 반출 통제, 보안 분석 환경 구축 등 기밀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같이 설계해야 한다"며 "추적과 재현 검증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만들고 규칙, 심의·분쟁 처리를 위한 거버넌스 역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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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피지컬 AI. 인공지능 로봇을 포함해 움직이는 AI를 뜻한다. 정교하게 설계된 피지컬 AI가 산업·생활 전반에 투입돼 경제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자동화 공장부터 신약개발, 건설 등 활용범위에 한계가 없다. 경부 고속도로가 한강의 기적을 일궜듯 일하는 AI는 인구절벽·생산성 저하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유력한 해법이다. 제조업(몸체)·반도체(두뇌)·통신(신경망) 삼박자를 갖춘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2.0' 성공 공식을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