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90% 약가 인하 돌입…"국내 시장 영향 모니터링 필요"

트럼프 행정부, 빅파마 14곳과 협상 타결
MFN 약가 규칙 적용…주로 공공의료 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약값 인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5.12.19.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제약사들과 의약품 가격 인하 협상을 체결하면서, 제약 산업 전반에 드리웠던 정책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약가 인하 폭이 최대 90%에 달하지만, 적용 범위가 공공 부문에 국한된 만큼 제약사들의 수익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KGaA, 일라이 릴리, 노보노디스크 등 5개 제약사가 1차로 미국 정부와 약가 협상을 마친 데 이어 최근 MSD와 노바티스, 사노피, GSK,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 암젠, 길리어드, 제넨텍, 베링거인겔하임 등 9개 사도 협상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전체 17개 글로벌 제약사 중 14곳이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존슨앤드존슨(J&J)과 애브비, 리제네론 등 3개 사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글로벌 빅파마, 대표 품목 가격 대폭 인하…신속 심사 혜택

이번 협상의 핵심은 최혜국(MFN) 약가 규칙 적용이다. 미국은 주요 의약품의 가격을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책정하는 대신 제약사들에게 △의약품 관세 면제 △미국 식품의약국(FDA) 우선심사 바우처(CNPV) 제공 △정부 직영 의약품 플랫폼 입점 허용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약가 인하 조치는 주로 공공의료 영역에 국한됐다. 메디케이드(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의료보조제도) 프로그램과 내년부터 정식 운영 예정인 정부 직영 의약품 플랫폼이 주요 적용 대상이다. 정부 직영 의약품 플랫폼에서는 고가 치료제를 포함한 다양한 의약품을 환자들이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제약사들은 이번 협상을 통해 대표 품목의 가격을 대폭 낮췄다. 암젠은 편두통 치료제 '에이모빅'의 가격을 60%, '휴미라'의 첫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를 80% 인하해 공급하기로 했고, 길리어드는 '엡클루사'를 정부 직영 플랫폼을 통해 9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노바티스의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메이젠트'는 89% 인하됐으며,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 치료제 '젠타듀에토' 역시 90% 가까운 인하율이 적용됐다. MSD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등을 할인 판매하고, 향후 식품의약국(FDA)의 신속심사 혜택을 받을 예정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韓 GENEROUS 모델 공식 참조국 미포함…지속 모니터링"

대규모 약가 인하 조치에도 업계 전반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협상 대상이 공공 부문에 국한돼 있고,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민간 시장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수익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번 협상을 계기로 미정부는 내년부터 'GENEROUS 모델'이라는 새로운 약가 산정 프로그램을 시범 도입한다. 이 모델은 각국의 GDP 대비 구매력 지수를 고려해 선진 8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덴마크, 스위스) 중 두 번째로 낮은 순제조사 가격을 미국 내 약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한국은 GENEROUS 모델의 공식 참조국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여전히 한국 약가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한국은 MFN 참조국에서 빠졌지만 한국의 낮은 약가 수준이 글로벌 본사에 인식된 상황이라 향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