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약개발, 2단계 돌입…"연 매출 1조 국산 블록버스터 배출 목표"

김순남 R&D 본부장 KDDF 성과·사업 전략 소개
과제 관리 대폭 강화…"조기 상용화·AI 신약 집중 지원"

김순남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R&D 본부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서울에서 사업 성과와 목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5. 12. 16/뉴스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이 오는 2026년부터 사업 2단계에 진입하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내걸었다. 1단계인 지난 5년간 약 16조 원 규모 기술이전 성과를 통해 신약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앞으로 5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등 선진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개발 단계(마일스톤) 달성 기준을 높이고 성공 가능성이 낮은 과제는 과감히 중단하는 등 '엄격한 성과 관리' 체제로 전환한다.

최대 16조 규모 기술이전 성과…K-바이오 가능성 입증

김순남 국가신약개발사업단 R&D 본부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개최된 'KDDF 우수과제 발표회'에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지난 1단계 사업 성과를 점검하고, 2026년부터 시작되는 2단계 사업의 추진 전략과 주요 목표를 소개했다.

앞서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은 지난 1단계 사업 기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김순남 본부장은 "현재까지 임상시험계획 승인, 기술이전, 희귀의약품 지정 등 총 131건의 주요 성과를 창출했다"며 "기술이전 규모는 약 15조 9,401억 원(선급금 3302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은 파급력과 혁신성을 기준으로 '10대 대표 성과'를 선정했다. 글로벌 빅파마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알테오젠을 비롯해 △넥스아이 △소마젠 △알지노믹스 △인벤테라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에임드바이오 등의 성과가 포함됐다.

김 본부장은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사업단의 지원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우수 과제로 선정돼 기술이전 성과를 냈다"면서 "에임드바이오는 후보물질 단계부터 비임상까지 사업단의 컨설팅과 지원을 알차게 활용해 FDA 희귀의약품 지정과 임상 승인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지원한 주요 사업 성과. 2025. 12. 16/뉴스1 황진중 기자
"비임상 과제 급감 우려"…신약개발 '허리' 보강 시급

K-바이오 신약개발 생태계에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도 분석됐다. 김 본부장은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의 '양극화'와 '허리 실종' 현상을 지적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 협약 과제 중 유효물질·선도물질 등 '발굴' 단계가 전체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본격적인 개발 단계로 진입하는 비임상·임상 과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본부장은 "사업 초기보다 임상 과제 수는 늘었지만, 신약개발의 토대가 돼야 할 '비임상 과제' 신청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는 바이오벤처들의 자금난 등 산업계의 어려움과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약 개발의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 있어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경쟁률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뚜렷했다. 초기 단계인 유효물질 단계의 경쟁률은 10대 1 수준을 나타냈다. 비임상과 임상 단계의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태다. 초기 연구는 활발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죽음의 계곡'에서 많은 기업이 고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엄격한 관리로 2030년까지 연 매출 1조 신약 만든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은 2026년부터 시작되는 2단계 사업에서 '글로벌 선도 국가 진입'을 목표로 내세웠다. 구체적인 정량 목표로는 △2030년까지 연 매출 1조 원 이상의 글로벌 신약 1건 배출 △FDA·EMA 신약 승인 누적 4건 달성 △200억 원 이상 글로벌 기술이전 54건 등을 제시했다.

사업단은 목표 달성을 위해 과제 관리 방식을 대폭 강화한다. 단계별 마일스톤 달성률 목표치가 1단계 대비 상향 조정된다. 유효·선도 단계는 75% 이상의 달성률을 요구하는 등 평가 기준이 엄격해진다.

김 본부장은 "단순히 과제를 완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성공 가능성이 낮은 과제는 조기에 중단하고, 잘되는 과제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년 중점 지원 방향은 '조기 상용화'와 '최신 트렌드 대응'이다. 사업단은 규제 기관의 신속 심사나 조건부 허가 제도를 활용해 조기에 품목 허가가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또한, 단순한 AI 연구가 아닌 실제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AI 활용 신약'과 플랫폼 기반 과제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김 본부장은 "2026년 예산은 올해보다 증액됐다. 신규 과제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130개 내외로 선정할 예정"이라면서 "어려운 시기지만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연구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 임상 진입이라는 고비를 넘고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성공적인 신약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2026년도 1차 신규 지원 과제 공고를 지난 15일 게시했다. 접수 마감은 내년 1월 14일까지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