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엔데믹 침체 딛고 반등…체질 개선 성과 주목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엔데믹 후 글로벌 백신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며 주요 기업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비교적 빠른 회복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 비용 감축이나 일회성 계약이 아닌 CDMO·차세대 백신·플랫폼 기술에 대한 중장기 투자가 본격적으로 실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2025년 3분기 잠정 실적을 통해 연결 기준 매출 1508억 원, 영업손실 19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616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손실도 △396억 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실적 반등의 1차 동력은 지난해 인수한 독일 CD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IDT)다. IDT는 원액(DS)부터 완제(DP)까지 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유럽 대표 백신 CDMO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다수의 장기 계약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 이후 IDT의 분기 매출은 안정적으로 1000억 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영향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4672억 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중장기 성장성은 파이프라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회사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인 폐렴구균 백신(PCV21)은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단계로, 기존 13가·15가 제품보다 더 많은 혈청형을 포함하는 21가 백신이다. 호주·미국·유럽·한국 등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며 중국에서도 임상 계획 승인을 확보해 상업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생산 인프라 확충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안동 L하우스에는 폐렴구균 전용 생산시설이 3층 규모로 증설돼 발효·정제·충전 등 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글로벌 cGMP 기준에 맞춰 설계된 만큼 향후 PCV21 상업 생산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차세대 백신 플랫폼 개발도 병행 중이다. 합성항원·세포배양 기술에 더해 mRNA 플랫폼에서도 진척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뇌염 mRNA 백신 후보물질 'GBP560'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글로벌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며, 성인 약 400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면역반응을 평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공동 개발 중인 세포배양 기반 조류독감(AI) 백신 역시 내년 하반기 임상 1/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세포배양 방식은 기존 유정란 대비 생산 효율성과 변이 대응력이 높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주목하는 분야로, 향후 공공 조달 시장 진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꼽힌다. 게이츠 재단과 10년 이상 이어온 협력 관계,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 등은 회사 기술력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 흐름을 "팬데믹 특수 이후 침체에 빠졌던 백신 업계에서 기술 중심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이 처음으로 가시화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CDMO, 폐렴구균을 비롯한 차세대 백신, mRNA 플랫폼 등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한 만큼 핵심 파이프라인 상업화에 따른 실적 가시성도 한층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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