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가격 54%서 40%로 더 인하…업계 "매출 둔화 불가피"[약가개편]
정부, '외국계 기업 배불리기' 일축…국내사 체질 개선 목표
업계, R&D 재원 마련 위축 우려…"장기적 성장 둔화"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신약개발 중심의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복제약(제네릭) 약가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그동안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로 책정되던 복제약 약가 산정 기준이 40%대로 대폭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제약 업계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으나, 복제약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약가제도 개편 방향을 보고했다.
복지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복제약 등재 시 기본 산정률이 40%대로 낮아진다. 자체 생동성 시험이나 등록 원료 의약품 사용 등 기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인하율은 더욱 가팔라진다.
복제약 등재 시 최초 1년간 일률적으로 부여하던 가산 제도(59.5% 수준)는 폐지된다. 혁신형 제약기업이나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높은 기업에만 차등적인 우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김연숙 보험약제과장은 "공적 의료보험을 운영하는 일본이나 프랑스 등의 사례를 참고할 때, 한국의 복제약 약가 수준은 OECD 평균 대비 2배 이상 높다"면서 산정률 개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절감된 재정을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 등재와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에 재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이번 대책은 단순한 재정 절감이 아니라, 적정한 보상 체계를 통해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혁신 유도라는 명분에도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현실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대부분은 복제약 판매 수익으로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신약개발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 A 씨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개발 역량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복제약 판매 수익은 R&D 재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선순환 고리"라면서 "약가 인하로 이 구조가 경화되면 결국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 흐름 자체가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B 씨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이 많다고 하더라도 기존 제품이 현금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줘야 재투자가 가능하다"면서 "그 기반이 무너지면 신약개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내부 분위기는 무겁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 C 씨는 "회사 내부적으로 이번 개편안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기조차 조심스럽다"면서 "현재는 회사 차원의 개별 대응보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판매 중인 복제약의 수익을 줄여 결과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이 탄탄한 글로벌 제약사에만 유리한 '특혜성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복제약 중심의 국내사들은 타격을 입고, 오리지널 신약을 보유한 외자사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연숙 보험약제과장은 "이번 개편안은 글로벌 제약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노력하고 혁신하는 것에 대해 약가 우대라는 명확한 신호를 주고 뒷받침하려는 정책적 의지"라면서 "신약 접근성 강화뿐만 아니라 R&D 혁신성 우대, 필수 의약품 수급 안정 기여에 대한 보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정책의 파장이 중소 제약사에게 더 가혹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일반 복제약 위주로 영업하던 중소형 제약사들은 R&D 투자 여력이 부족해 새로운 가산 제도의 혜택을 받기 어렵고, 약가 인하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한 중위권 제약사 관계자 D 씨는 "정부 정책이 주로 상위 제약사 위주로 흘러가고 중소 제약사는 소외된다는 업계 일각의 우려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며 "이번 개편안 역시 중소사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 E 씨는 "일반 복제약 위주로 영업하던 곳은 수익성 악화로 도산하는 곳까지 생길 수 있다"며 "단순히 약가를 깎는 문제를 넘어 산업 전체의 성장 동력을 저해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건정심에 보고한 후 제약바이오 업계·환자단체·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2026년 1분기 중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관련 고시·규정 개정을 거쳐 7월부터 과제별로 순차 시행할 계획이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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