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투약' 항암유도탄 '엔허투SC' 국내 환자 만난다…알테오젠, 기술력 입증

서울대병원 등 국내 의료기관 5곳서 진행…글로벌 1상 포함
면역관문억제제 이어 ADC까지 적용 확장…선두 입지 구축

엔허투 2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엔허투IV'(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정맥주사제형).(한국다이이찌산쿄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주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국내 환자들을 만난다.

'엔허투SC'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196170)의 플랫폼 기술인 '하이브로자임'이 적용됐다. 글로벌 매출 1위 면역관문억제제부터 차세대 항암제까지 하이브로자임을 활용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엔허투SC, 1상서 국내 환자 만난다…5곳서 진행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한국다이이치산쿄는 최근 엔허투SC 제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1상시험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이번 임상은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주요 5개 대형 병원에서 진행된다.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엔허투SC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PK) 등을 평가하는 연구다.

엔허투는 암세포 표면에 과발현되는 HER2 수용체를 타깃 하는 항체인 '트라스투주맙'에 강력한 사멸 효과를 가진 약물 '데룩스테칸'을 붙인 ADC 치료제다. 암세포만 정밀 타격해 '항암 유도미사일'로 불리며 놀라운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다만 기존 IV 방식은 환자가 병원에서 약 90분 이상 투여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되는 SC는 투약 시간을 5분 내외로 단축해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체와 페이로드(항암약물)가 링커로 연결된 항체약물접합체(ADC) 구조 항체약물접합체(ADC) 구조.(셀트리온 제공)/뉴스1
알테오젠 '하이브로자임' ADC로 영역 확장

엔허투SC는 급성장하는 ADC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구축하기 위한 다이이치산쿄의 주력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중 하나다.

데이터브릿지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ADC 시장 규모는 107억 7000만 달러(약 15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연평균성장률(CAGR) 16%를 기록하면서 오는 2032년 343억 2000만 달러(약 49조 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엔허투IV를 SC로 바꾸는 기술은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이 적용됐다. 앞서 알테오젠은 지난해 11월 다이이치산쿄와 선급금 2000만 달러(약 300억 원) 포함 최대 3억 달러(약 4400억 원) 규모 기술거래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로자임은 피부 아래에 있는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약물이 체내로 쉽게 흡수되도록 돕는 효소인 히알루로니다제다. 정맥으로 투여해야 했던 고용량 항체 의약품을 피하주사로 바꿀 수 있게 만드는 핵심 플랫폼 기술이다.

알테오젠 연구진이 바이오 플랫폼 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알테오젠 제공)/뉴스1
키트루다SC·엔허투SC 기반 로열티 수익 기대

앞서 알테오젠은 하이브로자임의 경쟁력에 기반을 두고 글로벌 제약사 MSD(미국 머크)와의 기술거래를 통해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SC' 개발에 기여했다.

업계는 항체인 키트루다에 이어 차세대 항암제인 ADC 분야까지 기술 적용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에 있어 이번 엔허투SC 임상에 대해 기술이전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본다.

ADC는 항체에 독성 약물을 결합한 구조적 특성상 피하주사 제형으로 변경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진입은 알테오젠 기술이 이러한 난도를 극복하고 확장성을 입증했음을 의미한다.

엔허투는 지난해 합산 글로벌 매출 37억 5000만 달러(약 5조 2000억 원)를 기록한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시장조사기업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2030년에는 매출이 152억 달러(약 2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트루다SC가 상용화된 상황에서 엔허투SC까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시 알테오젠이 수령할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와 로열티 규모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항암 치료는 장기간 반복적인 투여가 필요해 환자의 병원 체류 시간과 혈관 통증 등은 치료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면서 "5분 내외로 투여가 끝나는 SC 약물은 환자들에게 일상을 돌려주는 것과 다름없는 큰 혜택이 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