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예방약 '콜린' 급여축소에 건기식 풍선효과…'의료비 증가' 경고
의료현장서 콜린 제제 처방 유지…'대체불가' 재확인
"예방치료 공백 시 치매 전환율 증가 불가피"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치매 예방약으로 알려진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 제제의 급여 축소 결정 이후 의료계에서 단기 재정 절감 효과보다 장기적으로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료계는 검증된 치료제가 처방이 낮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임상 근거가 부족한 고가 건강기능식품을 활용하게 된다면서 예방 치료 공백과 진단 지연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2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료 전문가들은 콜린 제제 급여 축소의 부작용으로 '치매 예방 건기식' 시장 확장을 우려한다. 단기 재정 효율화 취지와 달리 콜린 제제라는 검증된 치료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개인 의료비 지출과 사회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시중 건기식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스파티딜세린'이나 '은행잎 추출물' 등의 제품은 콜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상 근거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잎 추출물은 함량에 따라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인지기능 개선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재평가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포스파티딜세린이나 은행잎 추출물은 일각에서 '뇌 기능 개선' 등 기능성을 표방하며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환자들이 건기식을 신뢰하고 병원 방문을 미룰 시 조기 진단 등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도 우려된다.
대학병원 교수 A 씨는 "콜린 급여 축소는 재정 효율화를 위한 조치지만, 의료 시스템 밖에서 관리되지 않는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국민이 스스로 비용을 지출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콜린 급여 축소 직후 우려되던 처방 급감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비용 상승보다 인지 기능 유지에 대한 기대를 더 크게 두고 있어 복용 지속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병원 교수 A 씨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치매 진행을 늦춘다는 실제 치료 경험을 더 중요하게 본다"면서 "선별급여 이후에도 체감되는 처방 감소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콜린 제제의 처방이 유지되는 요인은 최근 확보되고 있는 최신 연구 결과다. 국제 학회에서 발표된 CARL 연구에서는 콜린 투여군이 위약군 대비 해마·편도체·대뇌피질의 위축 속도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상생활 수행능력(ADL)과 인지·행동 복합지표(APCS) 역시 개선된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 코호트 분석에서도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 전환 위험이 감소한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콜린 제제를 대체할 만한 약제가 사실상 없는 요인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은행엽 추출물, 니세르골린 등 대체제로 거론되는 약제들이 근거 수준에서 콜린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전문의 B 씨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많지 않다"면서 "콜린 제제는 임상적으로 여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고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들이 신뢰를 더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콜린 제제 급여 축소 등에 따라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료 접근성이 낮아지면 치매 전환 위험이 커져 사회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1733만 원, 생애 누적 비용은 약 2억 원 수준이다. 국내 경도인지장애 환자 약 300만 명 중 매년 10~15%가 치매로 전환된다. 예방적 치료 접근성 약화는 의료·돌봄 지출 전반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단기 재정 중심의 정책이 예방 의료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근거 기반 치료 접근성 유지와 조기 진단·치료 활성화가 국민 의료비 절감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신경과 전문의 C 씨는 "논점은 특정 약제가 아니라 '검증된 치료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라면서 "예방 치료가 흔들리면 진단 지연, 건기식 소비 증가, 치매 전환율 상승이 겹쳐 장기적 부담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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