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K-뷰티'의 그림자…짝퉁 기승부리는 'K-보톡스'

국가 핵심기술 해제 움직임, 산업 타격 우려
"환자 안전과 정품 신뢰 지켜내는 안전망 기능"

한 여성이 보톡스 시술을 받고 있다. (사진=AFP) ⓒ News1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최근 영국에서 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품이 EU 품목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온라인 거래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영국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두 달간 감염, 조직 손상 등 보툴리눔 톡신 부작용 사례는 41건이나 보고됐다.국내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2023년에는 한 업체가 시중에 유통되는 톡신을 다른 제품으로 둔갑시키는, 이른바 '택갈이'로 중국에 납품하려 한 정황이 적발됐다. 해당 업체는 국내 모 업체의 톡신 앰플에 휴젤의 라벨지를 부착하고, 사용 설명서를 동봉한 모조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려 했다.
한류 열풍 속 가짜 톡신 성행…"국가 브랜드 치명적"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 직구·SNS를 통한 가짜 국내 제품 적발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올해 인천세관의 단속에서 K-브랜드의 짝퉁 적발 건수는 전년 동기 130% 늘어났다.

특히 한류 열풍을 타고 화장품, 톡신까지 무허가 제품 또는 가짜 의약품이 성행하고 있다. 불법 제품의 경우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품질 검사를 거치지 않아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톡신의 경우 의료 영역에서 사용되는 고위험 의약품이라 마비, 감염 등 부작용의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K-뷰티가 관심을 받는 상황에 가짜 제품 유통이 확산하면 정품 브랜드 신뢰가 떨어지고, 국가 이미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경쟁력도 악화일로다. 국내 톡신 A사는 내수용 제품이 해외에서 정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 사례를 찾아내기도 했다. A사 관계자는 "이런 관행은 4~5년 전쯤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처음 감지됐는데, 최근에는 동남아, 유럽, 미국 등에서 교묘한 수법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러한 불법 행위가 늘어나면 글로벌 유통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톡신업체 관계자는 "허가받지 않은 국가에서 시술 후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는 문의가 본사로 접수된 사례가 있었다"며 "가짜 톡신은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부작용 및 오염 위험이 높아 환자 안전을 해칠 수 있고, 국가 브랜드에도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국가 핵심기술 해제 움직임에 우려 목소리 커져

톡신 불법 유통의 위험성이 크지만, 이에 대한 당국의 대처는 미흡하다. 단속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업계 내부의 지적이 터져 나온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톡신을 국가 핵심기술 지정 해제해야 한다는 움직임마저 일어나면서 가품 유통에 날개가 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톡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톡신의 국가 핵심기술 지정으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른 규제가 가능하고, 이는 위조품 단속의 실질적 처벌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K-뷰티의 위상을 해치는 불법 유통을 차단하고 소비자 안전과 국가 신뢰도를 지킬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명분의 실과 득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관계자도 "톡신의 국가 핵심기술 지정은 단순히 기술 유출 방지를 넘어, 환자 안전과 정품 신뢰를 지켜내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정부 차원의 기술 보호가 기술 유출과 불법 유통을 막는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