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포인트]"옥석 가리기 끝났다"…K-바이오, '플랫폼·뉴코'로 퀀텀 점프
2025년 자금조달 5.5조 회복하며 긴 겨울 탈출 기대감 나와
눈 높아진 시장…기술력·유연한 글로벌 진출이 성공 열쇠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2025년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이 회복세로 돌아선 '턴어라운드 원년'이다. 이를 바탕으로 K-제약바이오는 올해 △플랫폼 기술 △뉴코 전략 △글로벌 진출 등 3대 전략을 통해 두 번째 도약에 나선다.
바이오투자 전문 벤처캐피탈(VC) 현앤파트너스코리아와 업계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헬스케어 업종의 자금조달 규모는 5조 5000억 원 수준이다. 저점을 기록한 2023년(4조 6000억 원)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이러한 회복세는 철저하게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실적과 글로벌 성과에 토대를 두고 이뤄졌다. 이를 바탕으로 업계는 올해엔 '묻지마 투자'의 시대가 끝나고, 숫자로 증명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냉정한 실적 장세가 도래했다고 본다.
지난 10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헬스케어 업종의 비중은 2015년 3%에서 2025년 9%로 3배 성장하며 명실상부한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면엔 더욱 까다로워진 검증 시스템이 작동한다.
2025년 기준 신약개발 벤처기업이 설립 후 코스닥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03년이다. 이는 기술성 평가 기준이 강화되고, 구체적인 상용화 수준과 기술이전 이력을 요구하는 시장의 눈높이가 반영된 결과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은 확실한 파이프라인과 재무적 안정성을 증명하지 못한 기업에는 더욱 혹독한 시기다. 준비된 기업에 대규모 자금이 쏠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에서 올해 핵심 화두는 '플랫폼' 기술이다. 특정 질환에 국한된 신약 후보물질과 달리, 플랫폼 기술은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동시다발적인 계약이 가능해 수익 창출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2025년 누적된 최대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18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규모를 보였다. 그 중심엔 플랫폼 기업들이 있었다.
알테오젠은 2025년 3월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 메드이뮨(MedImmune)에 인간형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 'ALT-B4'를 이전하며 총 13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 규모의 잭폿을 터뜨렸다. 이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로 변경하는 플랫폼 기술의 확장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BB) 약물 전달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3월에는 GSK, 11월에는 일라이 릴리와 잇따라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2026년엔 확장성이 보장된 플랫폼 보유 기업들이 제약바이오 섹터의 '대장주' 역할을 하며 시장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엔 기술이전을 넘어서 고도화된 글로벌 사업 모델인 '뉴코'(New-Co) 전략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코는 '뉴 컴퍼니'(New Company)의 줄임말이다. 신약 후보물질 등 특정 자산을 중심으로 별도 해외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고 임상연구를 가속화해 빅파마에 인수합병(M&A) 되거나 상장하는 방식이다.
최근 시장을 뜨겁게 달군 화이자(Pfizer)의 멧세라(Metsera) 인수는 이 전략의 유효성을 증명하며 시장에 큰 시사점을 던졌다. 화이자는 2025년 11월 비만 치료제 개발사 멧세라를 최대 73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로 인수했다.
화이자는 멧세라 지분 100%를 인수함으로써 국국내 디앤디파마텍이 멧세라에 기술을 이전한 경구용 비만치료제 등 6개 파이프라인의 권리를 모두 확보했다. 화이자라는 거대 자본이 개발 주체가 됨에 따라 디앤디파마텍의 기술이 적용된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상용화 시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에이비온은 지난해 6월 뉴코(비공개)와 항암 항체 신약 후보물질 'ABN501' 등 5개 파이프라인에 대해 약 13억 15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뉴코 모델의 성공 사례를 추가했다. 나이벡 또한 미국 뉴코에 섬유증 치료제를 기술이전하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2026년엔 국내 기업들이 초기 단계에서 직접 빅파마와 딜을 하기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유연한 뉴코 설립을 통해 '징검다리 엑시트'를 노리는 전략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법인 설립이나 합작법인(JV)을 통한 직접 진출 역시 올해 주요 트렌드다. SK바이오팜은 2025년 10월 남미 최대 제약사 유로파마와 합작법인 '멘티스 케어'를 설립해 인공지능(AI) 기반 뇌전증 관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몽골 현지 생산공장에 직접 투자하며 신흥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는 제품을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현지 파트너십에 기반을 두고 규제 장벽을 넘고 매출을 직접 발생시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사례는 실질적인 글로벌화가 기업가치 평가의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창업자의 스펙과 트렌드만 보고 투자하는 '눈먼 돈'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설립 초기 우호적인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와 협력하고, 글로벌 성장전략 확보하는 것이 핵심"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가치 제고와 성공적인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글로벌 R&D 성과 도출'이 필수적"이라면서 "해외 인재 확보 등 현지화 전략과 해외 파트너사와 전략적 제휴를 기반으로 한 FI 확보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화이자와 멧세라의 거래에서 보듯 복잡한 글로벌 M&A 구조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확실한 원천기술과 플랫폼, 뉴코 등을 활용한 유연한 사업 전략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긴 겨울을 지나온 K-제약바이오가 우리나라의 차세대 먹거리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글로벌 성과'에 달렸다.
※ 위 내용은 뉴욕타임스(NYT)가 발간하는 새해 전망서 '터닝 포인트 어젠다 2026'(이하 터닝 포인트)에 수록된 '"옥석 가리기 끝났다"…K-바이오, '플랫폼·뉴코'로 퀀텀 점프'의 기사다. 다채로운 콘텐츠로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을 제공하는 '터닝 포인트'는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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