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가 '흠뻑' 빠진 에이비엘바이오, '그랩바디T' 한발 더 남았다

BBB 투과 플랫폼 '그랩바디B' 기술이전만 8조 규모
그랩바디T 'ABL111' 1b상 내년 1Q 데이터 발표 예정

에이비엘바이오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에이비엘바이오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글로벌 제약사인 GSK, 일라이릴리 등과 연이어 최대 조 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플랫폼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7개월 만에 두 건의 계약으로 확보한 기술이전 규모만 7조 9000억 원이다.

업계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기술이전에 성공한 '그랩바디-B' 외에 추가적으로 '그랩바디-T'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 기술이전을 기대한다.

릴리와 3.8조 기술이전·220억 지분 투자 '동맹 결성'

15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4일 릴리와 1500만 달러(약 220억 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12일 릴리와 총 26억 200만 달러(약 3조 8236억 원) 규모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이전·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맺은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추가 성과다.

그랩바디-B는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극대화한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 뇌질환 치료제 플랫폼이다. 릴리와의 기술이전 계약은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를 활용해 다양한 치료접근법(모달리티)의 신약을 공동으로 연구개발(R&D)하는 것이 골자다.

지분 투자는 양사의 협력을 단순한 기술 거래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시켰다. 릴리는 에이비엘바이오의 보통주 17만 5079주(주당 12만 5900원)를 인수한다.

해당 주식은 관련 절차 완료 후 납입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1년간 보호예수된다. 이는 릴리가 에이비엘바이오의 R&D 역량과 그랩바디 플랫폼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행보로 풀이된다.

릴리와 맺은 기술이전에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 글로벌 제약사 GSK와 최대 20억 6300만 파운드(약 4조 1000억 원) 규모의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GSK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뉴클레오타이드 등 새로운 모달리티와 신규 항체 타깃을 결합해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GSK가 전임상과 임상 개발부터 제조, 상업화까지 모든 비용을 단독으로 부담하면서 에이비엘바이오 플랫폼 기술력에 신뢰를 더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를 개발하고 있다.(에이비엘바이오 제공)/뉴스1
차세대 성장동력 '그랩바디-T' 기술이전 기대감↑

연이은 빅딜로 확보한 자금은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 기술 R&D에 재투자된다. 업계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그랩바디-T' 플랫폼 역시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랩바디-T는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 이중항체 플랫폼 중 하나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4-1BB와 암세포의 특정 항원(TAA)을 동시에 표적한다. 이 플랫폼의 최대 경쟁력은 기존 4-1BB 치료제의 고질적인 간독성 문제를 해결했다는 데 있다.

그랩바디-T는 종양이 없는 정상 조직에서는 T세포를 활성화하지 않고, 종양미세환경(TME) 내에서만 암세포 항원(TAA)과 결합할 때 4-1BB를 활성화시킨다. 이 기전 덕분에 간독성 등 전신 면역 부작용은 피하면서 암세포에 대한 살상 능력은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랩바디-T 플랫폼의 잠재력을 증명할 첫 번째 주자는 위암 신약 후보물질 'ABL111'(성분명 지바스토믹)이다. ABL111은 위암 세포에서 발현하는 CLDN18.2와 4-1BB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이다.

ABL111은 미국에서 1차 위암 치료 표준요법 '옵디보+화학 치료제'와 병용하는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유럽종양학회(ESMO) 소화기암 부문 학회에서 발표된 용량증량 파트의 중간 데이터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총 17명의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70.6%, 질병통제율(DCR) 100%를 나타냈다. 유효용량으로 평가된 환자 12명에서는 ORR이 83.3%(10/12명)까지 상승했다. 이는 기존 표적 치료제의 승인 기준이 된 ORR 40~50%대를 뛰어넘는 결과다.

안전성 역시 그랩바디-T의 가치를 입증했다. 3등급 이상의 심각한 오심이나 구토 증상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는 위암 표적 치료제에서 흔히 관찰되는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제어했음을 의미한다.

'한발 더 남았다'…2026년 1Q 용량확장 데이터 발표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T 플랫폼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기준은 ABL111 임상 1b상 '용량확장' 파트 최종 데이터다. 용량확장 파트의 전체 데이터는 2026년 1분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는 이 데이터가 앞서 발표된 용량 증량 파트의 강력한 효능과 안전성을 재현할 시 ABL111이 표적 위암 치료제 시장에서 '계열내최고'(Best-in-Class) 신약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가 직접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에 지분을 투자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안다"면서 "추후 ABL111의 데이터가 성공적으로 확보될 시 이 데이터는 그랩바디-T 플랫폼 자체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