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환자 응대·진료 보조서 활약…"치료·간호·보험 통합 시대 온다"

독거노인 케어,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 활용 데이터 축적
약 봉투 촬영해 '복약관리' 가능…복약 내역 등 기록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장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바이오미래포럼'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2025. 11. 12/뉴스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생활복지와 의료 현장에 빠르게 접목되면서 독거노인 케어, 환자 응대, 의료진의 의사 결정, 의료 행정 업무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예방, 치료, 간호, 보험 등을 아우르는 전 주기 헬스케어 서비스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말 쓰는 그 직원"…독거노인 케어, AI 활용 효과적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장은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바이오미래포럼'에서 '디지털헬스와 생성형 AI 시대'라는 주제로 AI를 통한 헬스케어 비전을 제시하는 기조발표를 진행했다.

나군호 소장은 국내 AI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 서비스는 AI가 독거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AI 클로바 케어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2021년 11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처음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방문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독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됐다.

처음에는 AI 전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나군호 소장은 "어르신들께서 '방금 전화 받았는데, 그 서울말 쓰는 젊은 여자분 직원하고 얘기를 좀 하고 싶다'며 구청으로 계속 전화를 했다"고 당시 일화를 전했다. 이는 AI가 꼬박꼬박 안부를 묻는 것에 독거노인이 큰 위로를 받은 사례 중 하나다.

발표에 따르면 클로바 케어콜 사용자 90%가 AI 전화 후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2021년 11월 29일 이후 95%의 높은 지속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 약 2/3곳에서 유료로 사용 중이다. 일주일에 약 4만 명의 노인이 해당 서비스를 통해 AI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있다.

네이버 케어콜은 단순히 안부를 묻는 것을 넘어 식사, 수면, 약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한다. '죽고 싶다'와 같은 위험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복지센터로 알람을 보낸다. 최근에는 '무릎 수술하셨는데 괜찮으세요?'와 같이 개인화된 질문을 하거나 인지 재활 훈련을 돕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진료 보조부터 행정 업무까지…의료 현장 '게임 체인저'

의료 현장에서는 AI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의료진의 의무 기록(EMR) 작성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환자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AI는 복잡한 임상 문제를 해결하는 '의사 결정 보조'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나 소장은 "전문 지식을 AI 엔진을 이용해 풀면, 사람 21명이 모여서 푸는 것보다 더 정확하고 저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AI가 최근 의료 상담 기능을 강화한 점을 예로 들며 AI가 의사의 진단을 돕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것이 가능한 이유는 AI 지능의 폭발적 성장이 꼽힌다. 나 소장은 "현재 우리가 보는 AI가 가장 바보 같은 AI일 것"이라면서 "AI는 이미 미국 의사 면허 시험(USMLE)을 99점으로 통과했으며, 멘사 기준인 IQ 138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치료·간호·보험까지…네이버 헬스케어, 미래 비전 제시

발표에서는 AI를 중심으로 한 '케어, 예방, 진단, 치료, 간호, 보험' 등 전주기 헬스케어 비즈니스가 미래 핵심 트렌드로 제시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 X'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나 소장은 네이버헬스케어의 '복약관리' 서비스를 새로운 예로 들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약 봉투를 찍으면 AI가 어느 병원에서 처방받았는지, 복용 기간은 언제까지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비서처럼 챙겨주는 기능이다.

나 소장은 이러한 변화가 "전기 발명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변혁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너무 정신없이 빨리 들어가고 있지만 결국은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진단했다.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장은 AI 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자세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2025. 11. 12/뉴스1 황진중 기자
AI 시대 장벽, 연간 비용 '1000억'

AI 의료 서비스 등 헬스케어 AI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비용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 소장은 "하루 5000명이 방문하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GPU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막대한 비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AI 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자세로는 세 가지가 제시됐다. △AI와의 공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문제 해결 △많이 사용 등이다.

나 소장은 "AI를 중독되는 수준으로 많이 써봐야 한다"면서 "AI를 활용해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