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져야 낫는다" 공식 깨졌다…'위고비', MASH 환자 간 건강 개선

노보, 'ESSENCE' 3상 사후 분석 결과 공개
위고비, 위약 대비 간 염증 크게 개선

2024.10.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대사기능장애 동반 지방간염(MASH) 환자에게서도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 감량이 거의 없는 환자에서도 간 염증이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간학회(AASLD) 연례 학술대회에서 MASH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ESSENCE' 3상 임상시험의 사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환자들은 체중이 2% 이하로만 줄어도 위약을 맞은 환자보다 간 염증이 크게 개선됐다.

필립 뉴섬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의 효과가 단순히 체중 감량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MASH처럼 대사질환과 연관성이 높은 병에서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체중 감소 구간을 나눠 비교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맞은 모든 그룹에서 간 기능 지표가 향상됐다. 특히 체중이 거의 줄지 않은(2% 이하) 환자에서도 간 염증이 좋아진 비율이 48.4%로, 위약군(25.8%)의 약 두 배 수준이었다.

간 섬유화 개선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가 전반적으로 우세했다. 체중 감소 2% 이하 그룹에서 섬유화가 좋아진 환자는 세마글루타이드군 27.2%, 위약군 18.3%로 나타났다.

노보 노디스크 연구개발 책임자인 마틴 홀스트 랑에는 "MASH는 전 세계 2억 5000만 명 이상이 겪는 질환인데,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변이나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마글루타이드가 낮은 체중 감량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성별·연령·인종 등 하위 그룹에서도 대부분 비슷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연구진은 "탐색적 분석이기 때문에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SSENCE 3상은 총 1197명을 대상으로 약 4년간 장기 효과를 평가하는 대규모 임상이다. 이번에 공개된 결과는 투약 72주 차까지의 1단계 분석이며, 장기적으로 간 질환 악화를 막을 수 있는지는 2029년에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현재 세마글루타이드 2.4㎎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중등도~중증 간 섬유화가 동반된 MASH 성인 대상 치료제로 가속 승인을 받은 상태다. 앞으로도 임상에서 장기적인 이점이 확인돼야 최종 승인이 유지된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