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약 시장, 기존 전망서 2배 확장…'290조' 전망 나왔다

아이큐비아, 비만약 시장 2030년까지 연평균 30% 성장 전망
체중 감량 넘어 근육보존·지방간 개선 등 지표 중요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당뇨·비만 신약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왼쪽)와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노보 노디스크 일라이릴리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29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 주요 시장조사기관의 전망치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선두 약물을 제치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체중 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근육 보존, 지방간 개선 등에서 효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전망이다.

'위고비·마운자로' 기반 지난해 43조 시장 구축

4일 글로벌 헬스케어 연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300억 달러(약 43조 원)를 돌파했다. 이 시장은 연평균 30% 성장해 오는 2030년 2000억 달러(약 286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 모건스탠리 등이 분석한 2030년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전망치는 평균 98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다.

아이큐비아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GLP-1 계열 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 매출 증가세를 근거로 기존 전망치의 두 배가 넘는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위고비가 출시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 2분기 기준 위고비의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은 66%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15~21%에 이르는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면서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추가로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신장질환 진행 억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수면무호흡증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다양한 질환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GLP-1 작용제는 SGLT-2 억제제와 같이 심장대사질환 치료의 '백본 치료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큐비아는 향후 치료 패러다임이 당뇨병에서 비만으로 이동하고, 동반질환 발생 전 GLP-1을 '예방적 백본 치료'로 조기 투여하는 것이 표준치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비만 환자를 넘어 합병증 등 고위험군 전체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고비·릴리 시장점유율 압도…경구용·다중작용제 경쟁 격화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각각 65%, 31%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전체의 96%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공급 부족' 이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인 공급 부족 사태를 겪었다.

연구개발(R&D) 역량 외에도 생산능력이 시장점유율을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경쟁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노보노디스크는 110억 달러(약 16조 원)에 카탈란트 3개 생산 거점을 인수했다. 릴리는 270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 미국 내 생산 시설 투자를 발표하며 차세대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 중이다.

노보노디스크와 릴리를 비롯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경구용 비만 치료제 외에도 차세대 '다중작용제' 개발에 나섰다. 비만이 여러 생리학적 경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인 만큼 두 개 이상의 호르몬 경로를 동시에 타깃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GLP-1+GIP 계열 치료제는 시장에 출시된 릴리의 마운자로가 대표적이다. GLP-1+글루카곤 계열은 베링거인겔하임이 '서보두타이드'를 임상 3상에서 연구 중이다. GLP-1+아밀린 유사체는 노보노디스크가 '카그리세마' 3상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6년 마운자로와의 직접 비교 임상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 분야에서는 릴리가 '레타트루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임상 2상에서 20%가 넘는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경구용 치료제 개발 역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펩타이드 대비 생산성이 높고 비용 절감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일부 주사제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차세대 약물의 경쟁은 체중 감량을 넘어 '근육량 보존'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1세대 GLP-1 치료 시 체중 감량분의 39~45%가 근육 등 제지방량 감소로 인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알티뮨 GLP-1+글루카곤 계열 치료제 '펨비두타이드'는 근육 감소 비율이 21.9%에 불과함을 입증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시장은 향후 10년간 가장 역동적인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육량 보존과 같은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차별화된 R&D 전략과 안정적인 생산 능력 확보, 혁신적인 시장 접근 모델 구축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