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낮추려는 美, 수출 늘리려는 韓…국산 제네릭 무관세 '결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복제약 수출 부담 완화
미국 약가정책·공급망 안정성, 한국 투자 패키지 이해관계 일치
- 장도민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산 제네릭(복제약)이 무관세 적용 품목으로 공식 확정되면서 국내 기업의 부담이 줄고 불확실성이 대폭 해소될 전망이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제조업 중심 품목이 주목받는 가운데 의약품이 포함된 것은 단순한 산업 배려가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약가 인하 정책과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재편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미 관세 협상'을 마무리했다.
의약품과 목재에 대한 품목 관세는 최혜국 대우(MFN)를 받기로 합의했다. 항공기 부품, 제네릭(복제약),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천연자원 등은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이번 조치를 두고 국내 제약업계로서는 고율 관세 리스크를 피함과 동시에, 미국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무관세 품목에 복제약이 포함된 것은 미국의 필요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공급이 불안정한 품목을 중심으로 무관세를 부여했다"며 "복제약은 약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의약품 품귀를 막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약가 인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가장 낮은 국가 수준으로 약가를 맞추겠다'는 MFN(최혜국) 원칙을 언급해 왔다. 하지만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이후에도 미국 내 생산 확대는 지연됐고, 인도·유럽의 공급 차질이 이어지며 의약품 품귀 현상이 반복됐다.
이에 한국을 새로운 대체 공급기지로 삼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현실적 해법인 것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협상을 중국과의 무역 전략 틀 안에서 운용한 만큼, 복제약 무관세는 약가 안정이라는 국내 정치적 목적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산 제네릭 수출 품목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 중심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으로 한국 제약사가 허가받은 제네릭 품목은 1000건 이상으로, 로수바스타틴(고지혈증), 암로디핀(고혈압), 시타글립틴(당뇨)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한국산 제네릭의 미국 수출액은 연 15억 달러 수준이다. 업계는 무관세 적용으로 관세 5~8% 부담이 사라지면서 수출 단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유통사 납품 지연이 완화될 것으로 봤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번 협상은 관세 대폭 인상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미국 내 의약품 가격 인하 및 유통구조 개선 정책과 맞물려 바이오시밀러 등 국내 의약품의 미국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 한국이 글로벌 수준의 제제기술과 제조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미국 의약품 공급망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해서는 이번 합의문에 명시적 언급이 없어, 업계는 향후 후속 논의의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급속히 확대 중이지만, 품목별로는 약가 인하 압력과 특허 분쟁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미국이 약가 인하 정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바이오시밀러를 별도 검토 대상으로 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신중한 대응에 나섰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무관세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제네릭 중심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시밀러 분야까지 논의가 확대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품목별로는 제네릭 의약품은 무관세가 유지되나, 바이오시밀러에 대해선 언급이 없어 향후 추이를 면밀히 주시 중"이라며 "미국 시장에 진출 중인 대부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미국 내 위탁생산(CMO) 시설 확보 등을 통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비가 되어 있어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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