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0% 체중↓' 국산 GLP-1 진격…한미약품, 비만 신약 출사표

에페글레나타이드, 3상 중간 톱라인 데이터서 효능·안전성 확인
2026년 하반기 상용화 목표…H.O.P 프로젝트 가속

한미약품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제조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한미약품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한미약품(128940)이 국산 비만 치료제로 글로벌 시장에 출사표를 낼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주도하고 있는 GLP-1 계열 비만 신약 시장 공략에 나선다. 임상시험 참여자들의 체중을 평균 10%가량 줄이면서 안전성까지 확보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2026년 하반기에 출시할 방침이다.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 적용…주 1회 투여 효능 확인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날 에페글라나타이드 임상 3상시험 중간 톱라인 데이터를 공개했다. 톱라인 데이터는 신약 허가 등을 위한 주요 연구 지표 중 하나다.

이번 임상 3상은 국내 성인 비만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군과 위약(가짜약) 투여군으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임상 중간 톱라인 분석 결과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군은 투여 40주 차에 평균 체중이 9.7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위약군은 0.95% 줄었다. 위약에 비해 압도적인 감량 효과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세부적으로는 참가자의 약 79.42%가 5% 이상의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참가자의 절반에 가까운 49.46%는 10% 이상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다. 체중 감량 효과는 위약 그룹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 일부 참가자에서는 최대 30%에 이르는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안전성과 내약성은 우수했다. GLP-1 계열 약물 투여 후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작용은 구토, 메스꺼움, 설사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다. 이에 따라 치료를 중도 포기하는 환자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임상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위장관계 이상 사례 발생률은 기존 경쟁 약물 대비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메스꺼움 발생률은 16.7%로 경쟁약 임상에서 보고된 44.2%보다 낮았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은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랩스커버리는 약물의 반감기를 늘려 주 1회 투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체내 약물 농도를 급격한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올해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허가 순항 시 오는 2026년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의료미충족 수요↑ 'MASH' 적응증 확대 추진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 외에도 획기적인 치료제가 없어 의료미충족 수요가 큰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MASH는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생겨 간경변·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치료제 개발이 매우 까다로워 MASH 신약개발은 '제약사들의 무덤'으로 불려 왔다.

최근 MASH 신약 '레즈디프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GLP-1 계열 약물인 '위고비'가 MASH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치료 옵션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의료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이다.

GLP-1 약물은 체중 감량 효과 외에도 인슐린 저항성 개선, 간 내 지방 축적 억제, 항염증 효과 등이 입증돼 강력한 MASH 치료 후보로 꼽힌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역시 과거에 진행한 대규모 글로벌 임상에서 심혈관·신장 질환 위험 감소 효과 등이 확인된 바 있어 비만과 MASH를 공략할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이 비만 치료제 관련 H.O.P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한미약품 제공)/뉴스1
'H.O.P 프로젝트' 서막…K-비만 신약 포트폴리오 구축

성공적인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중간 톱라인 데이터는 한미약품이 추진 중인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에 탄력을 더할 전망이다.

HOP 프로젝트는 '예방-치료-관리' 등 비만과 관련해 전 주기를 아우르는 혁신 신약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HOP 프로젝트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시작으로 차세대 신약들로 이어진다.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프로젝트명 HM15275)는 GLP-1·GIP·GCG 수용체를 모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제다. 위 절제 수술 등에 버금가는 2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목표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MASH 적응증으로 글로벌 임상 2b상이 진행 중이다.

HM17321은 근육량은 늘리고 지방만 선택적으로 줄이는 새로운 기전의 계열내최초(First-in-Class) 신약 후보물질이다. 긍정적 데이터 확보 시 체중 감량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 손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글로벌 곳곳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이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시험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에 있어 전 주기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