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 3시간→10분, '엔허투SC' 환자모집 개시…선두 입지 강화

알테오젠 플랫폼 기술 적용…환자 편의성 극대화
15조 ADC 시장 경쟁 치열…SC, 차세대 격전지 두각

글로벌 제약사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ADC 치료제 '엔허투(성분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기존 약물 대비 암을 더 잘 찾아서 제거해 '정밀 유도탄'으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알테오젠(196170) 플랫폼 기술과 융합해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다. 피하주사제형(SC) 개발을 통해 후발주자 진입을 막고, 의료진과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더 높일 전망이다.

'엔허투SC' 美·日 임상 환자모집 개시

22일 업계에 따르면 엔허투 개발사인 다이이찌산쿄는 최근 '엔허투SC' 개발을 위한 임상 1상시험의 환자모집을 개시했다.

해당 임상은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SC로 투여되는 엔허투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PK) 등을 평가하기 위해 설계됐다. 연구는 미국 오하이오, 테네시와 일본 도쿄 등에서 진행된다. 연구완료목표일은 2028년 12월 31일이다.

이번 임상 핵심은 엔허투에 알테오젠의 독자적인 피하주사 변환 플랫폼 기술 'ALT-B4'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ALT-B4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를 이용해 정맥주사(IV)로만 투여 가능했던 바이오 의약품을 피하주사로 투여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임상이 순항해 최종 상용화에 성공할 시 기존 1시간에서 최대 3시간까지 소요되던 엔허투 투약 시간은 5~10분 이내로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ADC 분야에서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기적의 항암제' 엔허투, 투약 편의성까지 더한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공동 개발한 ADC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면서 시장 선두 주자 자리에 올라섰다.

ADC는 암세포에 잘 달라붙는 '항체'와 세포를 사멸시키는 '페이로드'를 '링커'로 연결한 치료제다. 항체가 특정 암세포 표면의 항원에 결합하면 링커가 끊어지면서 페이로드가 암세포에 방출되는 기전이다. 정상 세포 손상은 최소화하고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정밀 유도 미사일로 불린다.

엔허투는 기존 치료제가 공략하지 못했던 'HER2 저발현'(HER2-low)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혁신적인 치료 효과를 입증하며 ADC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약물이다. 이외에도 HER2 양성 유방암, 위암, 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효능을 보인다.

압도적인 효능에도 엔허투는 병원을 방문해 장시간 주사를 맞아야 하는 '투약 편의성'에 한계가 있었다. 환자는 병원 방문에 따른 시간적, 물리적 부담과 장시간 주입으로 인한 피로감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엔허투SC 제형 개발이 성공하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약 시간이 10분 이내로 줄어들면 환자의 병원 체류 시간이 감소할 수 있다. 인슐린 주사처럼 환자가 직접 자가 투여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병원 자원과 국가 의료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항체와 페이로드(항암약물)가 링커로 연결된 항체약물접합체(ADC) 구조.(셀트리온 제공)/뉴스1

엔허투SC는 급성장하는 ADC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구축하기 위한 다이이찌산쿄의 적극적인 행보다.

데이터브릿지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ADC 시장 규모는 약 107억 7000만 달러(약 15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연평균성장률(CAGR) 16%를 기록하면서 오는 2032년 343억 2000만 달러(약 49조 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엔허투가 ADC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로슈 '캐싸일라', 화이자 '애드세트리스' 등 기존 강자들과 수많은 후발 주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C는 약물 효능을 넘어 편의성으로 경쟁 축을 옮기는 게임 체인저 중 하나다. SC는 특허 기간을 연장하는 '특허 방어' 효과를 갖고 있다. 엔허투 바이오시밀러들이 특허로 SC가 아닌 IV로 시판될 시 환자와 의료진은 편의성 등이 검증된 SC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키트루다 SC'로 검증된 알테오젠 기술력

엔허투SC 개발의 중심에는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이미 글로벌 블록버스터 1위 의약품인 MSD(미국 머크)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에 적용돼 그 가치를 입증받았다.

MSD는 ALT-B4를 활용해 '키트루다SC'(제품명 키트루다 큐렉스) 개발에 성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키트루다SC 역시 기존 30분가량 걸리던 정맥주사를 단 1~2분의 피하주사로 바꿔놓으며 항암 치료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엔허투SC 임상 순항 시 알테오젠 기술은 세계 1위 면역항암제에 이어 ADC 분야 선두인 엔허투를 통해서도 경쟁력을 입증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엔허투SC 개발은 단순한 제형 변경을 넘어 향후 ADC 시장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연구"라면서 "성공적인 두 항암제에 국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의 기술력이 적용되면서 경쟁력이 입증됐다. 환자와 의료진의 치료 접근성 향상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