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DC, '이중항체'로 진화…"R&D 글로벌 협력 필수"
BIX서 'ADC, 글로벌 게임체인저' 패널토론 진행
"이중항체·ADC 기술 결합해 임상 미충족 수요 해결 기대"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가 두 개의 다른 표적을 동시에 공격하는 '이중항체 ADC'로 진화하고 있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중항체 ADC가 기존 단일항체 ADC 대비 월등한 잠재력을 지녔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연구개발(R&D)이 상대적으로 복잡해 '오픈이노베이션' 등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16일 한국바이오협회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바이오 플러스 인터펙스 코리아 2025'(BIX)를 개최하고 'ADC, 국경을 넘어 글로벌 게임체인저로'라는 주제의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 좌장은 스펜서 장 ACRO바이오시스템즈 시니어 PM이 담당했다. 패널로는 송호영 진퀀텀 헬스케어 최고과학책임자(CSO), 베니양 바이오사이토젠 CSO, 정진원 에이비엘바이오 이사가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이중항체 ADC가 기존 치료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암종에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강력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호영 진퀀텀 CSO는 "최근 다이이치산쿄의 HER3 이중항체 ADC가 3상 임상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이중항체 ADC가 비소세포폐암과 같이 저항성이 강한 환자군에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다는 좋은 예시"라고 설명했다.
송 진퀀텀진퀀텀 CSO는 앞으로 EGFR-cMET 등 새로운 이중항체 조합이 종양에 대한 약물 전달 선택성을 높여 치료가 어려웠던 암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니 양 바이오사이클로젠 CSO는 이중항체 ADC의 과학적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두 개의 다른 종양 항원을 표적하면 단일 항원을 표적할 때보다 항체의 세포 내 이입이 훨씬 활발해져 약물 효능이 극대화된다"면서 "두 개의 항원을 목표로 하면 종양 선택성이 높아져 더 많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정진원 에이비엘바이오 이사는 "HER2 표적 ADC가 유방암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다른 암종에서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처럼 단일 표적으로는 잠재력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했던 많은 표적을 이중항체 기술과 결합하면 단기간에 임상적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중항체 ADC는 높은 잠재력이 있지만 개발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항체 설계와 생산부터 후보물질 스크리닝, 전임상 모델 확보까지 모든 단계가 기존 ADC보다 복잡하다.
정진원 이사는 "두 개의 표적에 대해 각각 3개의 후보 항체가 있고, 여기에 다양한 링커-페이로드 기술까지 조합하면 기본적으로 수십 개의 분자를 스크리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DC는 체외(in vitro)에서 효능 예측이 어려워 결국 수십 개 후보물질을 모두 동물 모델에서 테스트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면서 "두 표적을 동시에 발현하는 적절한 세포주나 임상 모델을 찾는 것 또한 큰 숙제"라고 덧붙였다.
베니 양 CSO는 화학·제조·품질관리(CMC) 과정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좋은 품질의 이중항체 항체를 대량으로 균일하게 생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초기 이중항체 ADC 중 일부는 구조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CMC 문제로 실패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이중항체 ADC 개발의 세 가지 핵심 요소인 '항체', '링커', '페이로드' 기술을 한 회사가 모두 내재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 이사는 "ADC 개발은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 같아서 각 분야 전문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이고 생산적인 경험이었다"면서 "모든 것을 혼자 하려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ADC 개발 분야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베니 양 CSO는 "미중 관계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효율성과 기술적 우위 때문에 서구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팬데믹 이후 중국 ADC 기술의 품질과 속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전했다.
송 CSO는 "신약개발에는 경계가 없어야 하며 벽을 허물어야 한다"면서 "과거 미국 제약사 릴리에서 근무할 때 중국 CRO와의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인 시너지를 경험했다. 진퀀텀 역시 한국의 에임드바이오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많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글로벌 협력 모델은 투자자들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송 CSO는 "벤처캐피탈(VC)은 단일 회사가 ADC의 복잡성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 "오히려 글로벌 협력을 통해 기술 플랫폼을 빠르게 검증하고 세계 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 역시 "VC라면 많은 협력 관계를 구축한 회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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