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바이오산업,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일본 요코하마 파시피코 전시장에서 '바이오재팬 2025' 개막 전 참관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5. 10. 8/뉴스1 황진중 기자
일본 요코하마 파시피코 전시장에서 '바이오재팬 2025' 개막 전 참관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5. 10. 8/뉴스1 황진중 기자

(요코하마=뉴스1) 황진중 기자 = '바이오재팬 2025'가 일본 요코하마에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세계적 생산시설과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고객사와 연이어 미팅을 가졌다.

겉으로는 교류와 협력의 장이었지만, 속내는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전장이었다. 누가 더 빠르게 기술과 생산능력을 선점하느냐가 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중심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국가 신성장동력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가 최근 CDMO 산업 육성 특별법을 추진하고 규제 완화에 나선 것도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은 이미 기업 간 대결을 넘어 국가 간 대항전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생물보안법 등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사이, 일본과 인도는 정부 차원의 막대한 투자로 '포스트 차이나'를 노리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제한된 정책 지원 속에서 홀로 싸우고 있다. 규제 완화만으로는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생산시설 확충을 넘어선 기술 주도 전략이다. CDMO 기업이 생산하는 항체 바이오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치료제다.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려면 정부가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 단기 성과 중심의 지원 구조로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GMP 승인 인력부터 혁신 기술을 이끌 석·박사급 연구자까지 산업계 수요에 맞는 체계적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조 단위 투자가 요구되는 대규모 생산시설 증설에는 금융·세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개별 기업의 자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제2의 반도체'로 불릴 만큼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다. 이번 바이오재팬이 보여준 것은 가능성과 동시에 냉혹한 현실이다. 생명을 살리는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이 바로 정부와 기업이 '원팀'(One Team)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