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늘었는데 약은 없어진다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약을 처방받고 있다. 2024.9.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약을 처방받고 있다. 2024.9.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국가필수의약품 목록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약국 진열대의 빈칸은 잘 메워지지 않는다. '필수'라는 라벨이 붙는다고 해서 공장이 저절로 돌고 창고가 알아서 채워지진 않기 때문이다.

원료에서 완제품 생산, 유통으로 이어지는 구조 중 한 곳만 흔들려도 전체가 어디보다 빨리 멈추는 곳이 의약품 시장이다. 특히 값싼 필수 약일수록 남는 돈이 적어 원가가 오르면 가동부터 줄고 재고도 빠르게 사라진다. 필수라는 의무만 얹기보다, 버틸 수 있는 보상과 안전장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에선 최소구매보장을 기반으로 공장은 꾸준히 만들고, 평소엔 병원·약국이 먼저 쓰면 정부가 뒤에서 사들이는 회전형 비축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달 측면에서 보면 현행 최저가 낙찰제는 예산을 아낄 수 있지만 안정성과 품질엔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필수의약품 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상시확보 물량엔 프리미엄, 공급 중단엔 페널티, 원료 급등엔 자동 조정을 넣는 위험분담 계약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부처 간 칸막이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식약처가 전방에서 경보와 허가·수급 관리를 맡고, 복지부는 보험·약가·청구 인프라로 후방 완충을 설계해야 한다. '지정→생산→비축→회전→대체조제'까지 한 고리라도 느슨해선 안 된다.

물론 정부도 '필수의약품 공공생산·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간의 다양한 시도가 큰 효과를 내지 못했음을 고려했을 때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필수의약품의 핵심은 '지정'이 아니라 '운영과 관리'다. 가격·물량·품질을 한 묶음으로 묶는 계약, 권역 재고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데이터, 부처 간 칸막이 없는 소통 등 여러 관리요소가 맞물려야 한다. 이런 구조에 공백이 생기면, 그 빈칸은 언제나 환자의 몫이 된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