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짐 싸는 글로벌 빅파마들…"사실상 투자 불가능한 시장"
아스트라제네카, 英에 총 1조원 규모 투자 계획 전면 철회
NHS 고율 약가 환급 제도 협상 결렬 직접적 영향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글로벌 빅파마들이 줄줄이 영국을 떠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규제 불확실성이 누적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내 투자 확대 압박에 더해 국민보건서비스(NHS) 약가 환급률 협상까지 결렬되면서다. 제약업계는 영국을 사실상 '투자 불가능한 시장'으로 인식하며 대규모 투자 철회를 결정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스트라제네카는 약 2억 7000만 달러(약 3700억 원) 규모의 영국 케임브리지 연구 시설 확장 투자 계획을 중단했다. 이 프로젝트는 약 1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초에도 약 6억 1000만 달러(약 8500억 원) 규모의 리버풀 백신 R&D 및 제조시설 확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로써 영국 정부가 홍보했던 총 8억 80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가 전면 무산됐다.
앞서 MSD도 런던 킹스크로스 인근 벨그로브 하우스 부지에 건설 중이던 10억 파운드(약 1조 9000억 원) 규모의 'UK 디스커버리 센터'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이 연구소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총 800명의 고용 창출이 예상됐다.
또 MSD는 런던 바이오사이언스 혁신센터와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에서 철수하며 약 125명의 과학자 감축도 발표했다. 회사는 연구 기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이전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는 미국 내 투자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MSD는 성명에서 "영국 정부가 혁신 의약품과 백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해 왔다"며 "생명과학 산업 투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 이번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일라이 릴리도 지난해 영국 정부와 합의했던 2억 8000만 파운드(약 5300억 원) 규모의 '게이트웨이 랩' 프로젝트를 보류했다. 이 프로젝트는 바이오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신약 개발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기획됐으나 회사 측은 "영국 생명과학 환경에 대한 명확성이 확보될 때까지 보류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 역시 영국 내 신규 투자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사노피는 영국 시장에 대해 "의약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탈영국'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난달 NHS의 고율 약가 환급 제도 협상 결렬이 꼽힌다. 현재 제약사들은 매출의 약 23%를 환급해야 하는데 이는 프랑스(5.7%), 독일(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실제 지표도 악화 중이다. 영국제약산업협회(ABPI)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영국의 연구개발 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1.9%에 그쳐 글로벌 평균(6.6%)을 크게 밑돌았다. 2023년에는 외려 투자액이 줄었고, 외국계 생명과학 기업 투자 규모는 절반 이상 줄었다. 임상시험 순위도 4위에서 8위로 추락했다.
반면 투자 흐름은 미국과 유럽 대륙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7월 미국 내 연구개발 및 제조시설에 5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고, MSD와 릴리 역시 미국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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