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조원' 중추신경계 치료 시장 고성장…"진단·치료 연결해야"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중추신경계(CNS) 치료' 분야가 2029년까지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령화로 환자가 증가하면서 혁신 신약이 등장해 기존 5년과 달리 앞으로 5년간 성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중추신경계 치료 분야 고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디지털·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진단과 치료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글로벌 헬스케어연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CNS 치료 분야는 2029년 1850억 달러(약 25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큐비아는 CNS 치료 분야가 인구 고령화와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발생하면서 역설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에 혁신과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봤다.

CNS 분야에서는 최근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편두통 등 주요 질환에서 혁신적인 신약이 등장하면서 장기간 증상 완화 효과 의약품 중심의 시장 구도가 변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아이큐비아는 CNS 치료 시장 성장이 다른 주요 치료 분야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큐비아 데이터에 따르면 오는 2029년까지 주요 치료 분야 중 종양, 비만 부문은 지난 5년(2020~2024) 성장액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형 시장이 구축된 당뇨, 면역질환 치료 부문 성장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CNS 치료 부문은 2029년까지 추가로 310억 달러 성장해 지난 5년간 60억 달러 성장에 비해 성장세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속적인 환자 증가와 신약이라는 핵심 동력이 이끌 것으로 분석된다.

알츠하이머 증상 완화가 아닌 질병 유발 원인 치료를 위해 승인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를 필두로 차세대 조현병 치료제 '코벤파이'(성분명 자노멜린·트로스피움), 새로운 기전을 보유한 CGRP 계열 편두통 치료제 등이 CNS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이큐비아는 "주목할 점은 CNS 부문 신약 혁신이 퇴행성 뇌질환뿐만 아니라 통증 관리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승인된 비마약성 진통제인 '저나백스'(성분명 수제트리진)는 만성 통증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CNS 치료 시장 급성장을 이끄는 다른 요인으로는 임상시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디지털 기술과 AI가 꼽힌다.

그동안 CNS 치료와 관련한 임상시험은 객관적인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가 부족해 '위약(가짜 약) 효과'라는 한계가 있었다.

위약 효과는 임상시험 설계에 따라 약효가 없는 위약을 복용했음에도, 환자가 긍정적인 기대와 믿음을 가짐으로써 실제로 증상이 호전되거나 치료됐다고 인식하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 약물의 약리 작용이 아닌, 심리적 요인이 신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환자 움직임, 수면 패턴, 인지 기능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디지털건강기술(DHT)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전체 CNS 임상시험에서 DHT를 활용한 연구 비중은 약 12%다. 알츠하이머, 파킨슨, 다발성경화증 임상 분야에서 주로 사용됐다. 이는 기존 평가 대비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해 임상시험 결과와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에서 AI는 환자 특성을 분석해 위약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참여자를 예측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더 적합한 환자를 더 효율적으로 모집해 연구 데이터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주로 환자자기평가결과를 통해 평가지표를 확인하는 정신과 질환 임상에서 위약 효과를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큐비아는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AI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신약 개발 성공률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혈액에 기반한 바이오마커 상용화에 대비해 조기 진단부터 치료까지 이어지는 통합적인 솔루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