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 단장 "신약개발사 10곳 중 7곳은 '벤처'…지원 강화 필요"[인터뷰]③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지속가능한 성장 위한 지원 시급"
인프라·자원 부족 속 IPO 자금 유치 모델 한계 지적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2035년까지 미국 또는 유럽에서 승인받는 신약 4개, 그중 하나는 연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하는 의약품인 '블록버스터'로 만들겠습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단장이 제시한 K-바이오의 청사진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열쇠는 국내 신약개발의 72%를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벤처의 성공에 달려있다. 그러나 인프라와 자금, 지원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공개(IPO)와 기술이전 외에 바이오벤처가 걷는 성장을 위한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KDDF가 '신약 연구개발(R&D)사업화' 지원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바이오벤처를 지원하고 있지만 조직 안정화·효율화 성과에도 더 많은 예산 등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민 KDDF 단장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바이오벤처는 IPO를 성장모델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상장 이후 추진력이 저하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이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KDDF가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약 72%를 바이오벤처가 담당하고 있다. 26%가량은 중견기업이 주도 중이다. 지난 3년여간 바이오벤처가 R&D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 유치, IPO, 기술이전 등에 비상이 걸리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제약바이오 업계 일각에서는 비상장사는 투자 유치가 안 되고, 상장한 바이오벤처는 존폐 상태에 있다고 우려했다. 기술반환 사례도 이어졌다. 위기의 바이오벤처를 지원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혁신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 등이 나왔다.
박영민 단장은 이에 대해 "제한된 인프라와 리소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수준의 신약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은 글로벌 신약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 소규모 주관기관에 매우 고되고 험난한 여정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박 단장은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급성장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의 귀환이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 고도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라면서 "우리 역시 규제 시스템 효율화와 핵심인재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K-바이오의 성공은 혁신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들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신약 개발 생태계를 지원하는 KDDF에 대한 예산 확대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평가다.
우선 박 단장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KDDF 조직 개선에 나섰다.
박 단장은 "팀별로 우수 인력이 부족했고, 적은 인원이 비효율적으로 과도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선 필요 인원을 신속히 선발, 배치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세미나 참석 등을 적극 추진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 단장은 경영정보체계(MIS)를 구축해 모든 문서 처리 과정을 전산화하고 온라인 협업 환경을 만들어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또 노사협의회를 설치해 직원들의 의견을 상시 수렴하는 공식 창구를 마련하는 등 참여 기반의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 퇴사율이 많이 감소하는 등 안정화·효율화가 이뤄졌다.
이러한 내부 안정화는 R&D 지원 부문에서 성과로 이어졌다. 박 단장은 "목표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면서 "기술이전 증가와 R&D 컨설팅, 사업화 지원 강화가 지난 1년간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KDDF는 '2035년까지 미국 또는 유럽에서 승인받는 신약 4개, 그중 하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 탄생'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KDDF는 연구비 지원을 넘어 맞춤형 임상개발 전략 컨설팅 'ACT 프로그램',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선진국 규제기관 인허가 준비 지원 '글로벌RA프로그램', 글로벌 사업개발전략 컨설팅, 1:1 파트너링 등 다양한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박 단장이 이끄는 KDDF는 최근 임상시험 지원 예산을 30% 증액했다. 그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비용 등 개발비가 전반적으로 인상되고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유망 과제가 자금 부족으로 지연되거나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신약개발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신약 개발은 결국 혁신성과 차별성을 갖춘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과제가 성공하는 치열한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사업단은 국내의 우수한 신약 과제가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네트워크에 진입하고, 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가교 구실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념을 갖고 나아가는 모든 분께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단장 프로필
△1961년생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사·석사·박사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선임연구원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면역학교실 교수·의생명과학연구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의과학 선도연구센터장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의약학단장 △세종대학교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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