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파브리병, 조기 진단이 가족 전체 건강 지키는 첫걸음"

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
4월 '파브리병 인식의 달'…"치료하면 분명히 호전돼"

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파브리병과 같은 유전 질환은 많은 분들이 자녀에게 질환을 물려줬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중요한 건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통해 더 나은 삶은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은 4월 '파브리병 인식의 달'을 맞아 <뉴스1>과 만나 "유전형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로 인해 삶이 결정되진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파브리병은 '알파-갈락토시다제A'라는 리소좀 효소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이 효소를 생성하는 GL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효소가 생성되지 않거나 기능이 저하된다. 이에 따라 글로보트리아오실세라마이드(Gb3)와 같은 당지질이 체내 축적된다. 축적된 물질은 신장, 심장, 혈관, 신경계 등 여러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김 센터장은 "당지질이 신경계에 쌓이면 손과 발끝이 저리거나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고 심장에 축적되면 심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심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신장 침범 시에는 투석이 필요한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브리병 조기 진단에 의료진 역할도 중요"

파브리병은 X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질환이다. 성별에 따라 증상 발현 양상과 경과가 다르다. 남성은 하나의 X 염색체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X 염색체에 이상이 있을 경우 질환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여성은 두 개의 X염색체 중 한쪽만 변이가 있을 경우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 보인자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는 "젊은 나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졸중이나 심부전, 투석이 발생했을 경우 또는 가족 중 동일한 질환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파브리병을 감별 진단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며 "의료진이 파브리병을 인식하고 의심하고 진단을 시도할 수 있어야 환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50대 여성 A 씨는 건강검진 중 심전도 이상 소견으로 내원했다. 당시 증상이 없었으나 검사 결과 심장 침착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가족력 확인 과정에서 A 씨의 아들인 20대 B 씨도 파브리병으로 진단됐다. B 씨는 이미 신장 기능 저하와 심한 단백뇨 증상이 있었다. 만약 B 씨가 자신이 파브리병인지 모른 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그는 30대 초반 투석을 해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파브리병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 여전히 낮아"

김 센터장은 "파브리병은 희귀질환이지만 치료제가 존재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일부 마련돼 있다"며 "무엇보다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은 분명히 호전될 수 있고 환자의 삶의 질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파브리병 치료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효소대체요법(ERT) 치료제인 두 가지 주사제와 단백질을 안정화하는 경구용 치료제가 있다. ERT 치료제 중 하나는 동물 세포주 햄스터 난소 세포(CHO)에서 유래한 효소다. 이에 따라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과민 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인간 세포주에서 유래한 ERT 치료제다.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효소와 동일한 아미노산 배열과 당화 패턴을 가지고 있다. 장기 투여 시에도 항체가 형성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경구용 치료제는 효소를 직접 보충하는 방식이 아닌 체내의 불안정한 단백질을 안정화해 효소의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다.

김 센터장은 "치료 접근성은 과거에 비해 분명 개선됐지만 여전히 파브리병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는 낮고 진단율 또한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파브리병은 한 명의 진단이 곧 여러 가족 구성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가족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