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美파트너, 희귀비만약 국내 임상 주도…글로벌 권리 이전 영향

글로벌 CRO 아이큐비아,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 임상 위탁 진행
리듬 파마 "1Q 경구용 MC4R 작용제 '비바멜라곤' 2상 환자모집 완료 목표"

LG화학 연구원이 신약물질을 분석하고 있다.(LG화학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LG화학이 기술이전한 희귀비만 신약 후보물질 국내 임상을 미국 파트너사가 주도한다. 신약 후보물질과 관련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권리를 이전한 영향이다.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이전한 기존 주요 기술이전 사례와 다른 행보다.

리듬 파마, '비바멜라곤' 2상 주도…1Q 환자모집 완료 목표

1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발굴한 희귀비만 신약 후보물질 '비바멜라곤'(프로젝트명 LB54640) 국내 임상 2상시험을 미국 파트너사 리듬 파마슈티컬스가 주도한다.

이번 국내 임상은 글로벌 임상시험위탁기관(CRO) 아이큐비아가 진행한다. LG화학은 임상시험용 의약품 공급과 파트너사 요청 시 연구 중간 감독 등을 할 전망이다.

국내 임상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등 2곳에서 이뤄진다. 연구 책임자는 각각 최진호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와 박승신 내분비대사내과 진료조교수다.

비바멜라곤 연구는 국내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뤄진다. 선천적·후천적으로 시상하부 기능이 손상돼 식욕 제어에 어려움을 겪는 12세 이상의 시상하부비만증(Hypothalamic Obesity) 환자 28명을 모집하는 임상이다.

임상의 1차평가지표는 약물 복용 14주 차 시점의 체질량지수(BMI) 변화값이다. 연장 연구를 통해 52주 장기 복용 이후 안전성 등을 분석하게 된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바멜라곤 임상 2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비바멜라곤 임상 연구는 미국 의료기관 7곳, 영국 의료기관 3곳, 국내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총 12곳에서 이뤄진다.

리듬 파마슈티컬스는 1상 결과에 기반을 두고 2023년 10월 시상하부성 비만과 희귀유전비만을 적응증으로 각각 미국에서 임상 2상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 임상 2상시험에서 첫 시험자 대상 투약을 개시했다.

희귀비만증은 포만감 신호 유전자(MC4R) 작용 경로 등 특정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식욕 제어에 이상이 생겨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비만증이 지속 심화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심각한 희귀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비바멜라곤은 계열내최초(First-in-class) 경구 제형 MC4R 작용제다. 임상 1상을 통해 용량 의존적으로 체중이 감소한다는 경향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LG화학,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다양화…국내 포함 글로벌 권리 이전

LG화학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다양화를 위해 신약 후보물질 개발·상업화 권리를 국내를 포함해 이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3세대 폐암 신약 등 주요 기술이전 사례를 보면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이 주를 이뤘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초 리듬 파마슈티컬스와 비바멜라곤의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은 1억 달러(약 1450억 원)다. 개발‧상업화 단계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는 최대 2억 500만 달러(약 3000억 원)이다.

최대 계약 규모는 3억 500만 달러(약 4450억 원)로 상업화 성공 시 LG화학은 리듬 파마가 판매한 제품의 연 매출에 따라 로열티를 별도로 수령하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오픈이노베이션 모범 사례 폐암 신약은 2018년 기술이전 당시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5000만 달러(당시 약 560억 원)를 받았다.

업계는 LG화학이 비바멜라곤에 대한 국내 포함 글로벌 권리를 이전한 것에 대해 오픈이노베이션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권리까지 이전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선급금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보인다. 또 개발 단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면서 상업화 시 로열티를 확보하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은 파트너사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진다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뿐만 아니라 선급금을 많이 받으면서 최대 계약금 규모를 축소하는 기술이전 사례가 많다"면서 "계약 조건에 따라 국내에서의 개발 주도권을 보유하거나 이를 포기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신약 개발 오픈이노베이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