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제약, 창업주 의지 계승…"'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속도"
먹는 혈전증치료제 '엘리퀴스', 세계 첫 주사제로 변경 개발 임상 승인
HLB제약 전신 '씨트리' 창업주 김완주 박사 "SMEB, 계속 개발해달라"
- 이영성 바이오전문기자
(서울=뉴스1) 이영성 바이오전문기자 = HLB(에이치엘비(028300))그룹의 계열사 HLB제약(에이치엘비제약(047920))이 '장기지속형 주사제'(SMEB) 개발을 위한 첫 번째 임상에 진입했다. HLB제약은 자사가 구축한 SMEB 플랫폼 기술로 여러 질환을 타깃하는 주사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임상은 다국적제약사 BMS의 세계적인 먹는 혈전증치료제인 '엘리퀴스'(성분 아픽사반)를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다. 앞서 HLB제약의 전신인 씨트리를 설립했던 김완주 박사가 HLB제약에 회사를 매각한 뒤 '글로벌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해 SMEB 개발을 완주해달라'고 남긴 메시지를 계승했다. 실제 회사의 SMEB 플랫폼 기술이 완성된 시점은 지난 2020년 씨트리가 HLB그룹에 인수된 이후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HLB제약은 올 초 엘리퀴스를 장기지속형 주사제(HLBP-024) 형태로 개발하는 국내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SMEB 기반의 혈전증 치료제 임상을 시작하는 건 이번이 세계 최초다.
연간 20조원 정도 판매되는 엘리퀴스는 경구용 혈전증치료제의 대표적 부작용인 위장관 출혈 문제와 단기 투약 중단에 따른 혈전 문제 등이 꾸준히 지적돼왔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 약은 장기간 투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만큼 환자의 복약 순응도도 낮다는 지적이다. HLB제약은 엘리퀴스 성분을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창업자의 의지를 이어받아 10년 넘게 한 가지 기술개발에 몰두해왔다"며 "엘리퀴스를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하기 위해 최근 임상에 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98년 씨트리 창업 후 펩타이드 신약개발 착수
HLB제약은 1998년 김완주 박사가 설립한 씨트리가 전신이다. 김 박사는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한 후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신시내티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성균관대 약대 교수와 한국화학연구원 국책연구사업단장, 한미약품 부사장, 한국정밀화학 대표이사를 거치며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입지적 인물로 꼽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근무하다가 정년퇴임을 3년 앞두고 58세에 뒤늦게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이루지 못한 '신약개발 전문 글로벌 제약사를 만들겠다'는 꿈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 박사는 설립 당시 생소했던 펩타이드(단백질 조각) 의약품 개발에 중점을 뒀다. 펩타이드 의약품은 생체 친화적 특성이 높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7년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 개발에 착수하며 본격적인 사업체계를 갖춰갔다. 펩타이드 약물은 경구투여가 어려워 정맥주사, 피하주사, 근육주사로만 투여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씨트리는 2020년 HLB그룹에 인수된 후 노력의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HLB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자체 SMEB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2021년에는 휴메딕스와 '비만·당뇨 치료용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첫 기술사업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앞으로 공동연구가 마무리되면 HLB제약은 마일스톤 기반으로 기술료와 로열티를 받는다.
◇창업주 "SMEB 연구개발 끝까지…글로벌 제약사 될 수 있어"
김 박사는 2020년 퇴사했지만,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대한 의지는 고스란히 후배 연구자들에게 전달됐다. 실제 동탄에 위치한 HLB R&D센터 오픈 기념행사에 참석해 "SMEB 연구개발을 끝까지 하시라, 이것 하나로 글로벌 제약사가 될 수도 있으니"라며 연구원들을 독려했다.
김 박사의 바통은 이상휘 HLB제약 연구소장이 받았다. 성균관대 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상중앙연구소, JW중외제약 C&C신약연구소를 거쳐 HLB제약에 합류한 이 소장은 SMEB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약물이 함유된 균일한 크기의 미립구를 안정적이고 균일하게 연속 생산할 수 있는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미 국내에서 아픽사반 성분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제조방법과 조성물에 대한 특허 2건을 등록했으며 PCT 국제 출원 후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서 각각 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다각적 특허 전략을 통해 잠재적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크게 벌려 놓은 셈이다.
이 소장은 “특허권을 취득하려면 해당 기술의 신규성과 진보성, 산업적 이용 가능성을 모두 인정받아야 되는데, 당사의 SMEB 플랫폼을 활용한 아픽사반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조성물과 제조방법은 이러한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한용해 HLB그룹 CTO, 과거 엘리퀴스 개발 참여 경험도
한용해 HLB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HLB생명과학 대표가 과거 BMS에 재직해 엘리퀴스 개발에 참여했던 경험도 흥미롭다.
엘리퀴스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 HLB제약의 혈전증 주사제에 대한 기대감도 높을 수 밖에 없다. 김 박사로부터 시작한 약 6년의 개발 인연이 이상휘 박사와 한용해 대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대표는 "아픽사반 성분의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HLB제약의 독창적인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된 치료제로,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독보적인 특허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경구용 오리지널약의 복용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이 주사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로의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동물실험을 통해 오리지널과의 동등함을 PK와 유효성 측면에서 이미 입증하였기에 임상개발 과정에서도 이상적인 PK와 약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전망했다.
한 대표는 "허가당국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임상개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LB제약은 앞으로 이 기술로 치매, 비만, 당뇨 치료제 및 항암제 약물을 탑재한 주사제 임상도 순차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HLB제약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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