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전약후] 120살 넘었는데 지금도 새 효능이 나온다…'마법의 약'의 탄생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 껍질서 즙 내 사용…'살리실산' 성분, 해열·진통 효과
1897년 독일 바이엘서 아세틸살리실산 발명, '아스피린'의 시작…심혈관질환 외 각종 암에도 효과
- 김태환 기자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해열·진통 효과부터 항염증·항혈전 약으로 두루 사용하는 아스피린은 각종 암의 예방에도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잊을 만하면 나오는 약이다.
싼 가격에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일반의약품의 이러한 괴물급 효능으로 인해 인류가 만든 최고의 의약품으로 꼽기도 한다.
아스피린의 기원은 기원전 5세기 무렵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상 서양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버드나무 껍질에서 즙을 내 해열과 진통제로 사용한 것이 시작이다.
이 버드나무 껍질의 즙이 현재 우리가 아는 의약품 아스피린이 된 것은 1897년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엘의 펠릭스 호프만 박사에 의해서다.
당시 의과학자들은 버드나무 껍질의 '살리실산' 성분이 해열과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내 살리실산을 류머티즘 등 환자의 진통 완화에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화기관으로 들어간 다량의 살리실산은 위 점막을 자극해 위장 장애를 일으키고 구토 등 증상을 유발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실제 호프만 박사의 부친은 류머티즘을 앓아 살리실산을 오랜 시간 복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프만 박사는 살리실산의 복용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도록 '아세틸산'과 살리실산을 합성해 현재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을 발명한다.
바이엘은 1899년 의사들에게 이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1915년 가루 형태의 일반의약품으로 판매가 시작했다. 이후 복용 편의성을 위해 현재의 알약(정제) 형태로 만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스피린의 모습은 이렇게 완성된 것이다. 당시 아스피린은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효과를 보여 '마법의 약(Wonder Drug)'이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한다.
특히 아스피린은 용량에 따라 다른 치료 효과를 나타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고용량의 경우 해열과 진통·소염제로 사용하는데 이는 아스피린이 체내에서 통증과 열, 염증을 일으키는 산화지방산 '프로스타글란딘' 형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저용량 제품은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작용기전으로 심근경색, 뇌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예방에 쓰인다. 저용량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하면 피의 농도가 짙어져 혈관 폐색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령의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예방 목적 복용이 위험하다는 전문가 권고도 나왔다. 고령의 환자의 경우 내출혈 발생 위험도 높은 만큼 아스피린으로 인해 지혈이 안되는 경우를 대비한다는 이유다.
특히 저용량 아스피린의 장기간 복용이 각종 암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그동안 매우 많이 보고됐다.
대표적으로는 아스피린이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용종 발생을 줄이고 대장암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와 있다. 이에 심혈관질환과 대장암 위험을 동시에 가진 50대 환자에게 아스피린 복용이 권고되기도 한다.
이밖에도 유방암을 비롯해 식도암, 위암 등에도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다양한 암에서 저용량 아스피린의 예방 효과가 관찰돼 왔다.
새로운 연구 결과도 계속 나오는 중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로런 허위츠 교수 연구팀은 17편의 관련 논문을 종합 분석해 아스피린이 난소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허위츠 교수팀은 아스피린을 자주 먹는 여성의 난소암 위험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13% 낮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또 2가지 이상 난소암 위험 요인을 가진 여성의 경우 위험 감소 효과는 81%에 달했다.
아스피린이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라고는 해도 이처럼 심혈관질환이나 암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려면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게 좋다. 특히 건강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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