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젠, 월 130만원 고지혈증 치료제 가격 60% 인하…보험 적용시 훨씬 싸질듯

국내는 월 46만원 수준, 희귀질환 외엔 급여적용 안돼

암젠은 자사의 콜레스테롤 약 레피타 에 대해 내년부터 가격을 60% 인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뉴스1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다국적 제약사 암젠이 내년부터 고지혈증 치료제 '레파타'(성분 에볼로쿠맙) 가격을 60% 인하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가격 인하 결정은 미국에만 적용된다.

암젠은 지난 24일(현지시간) 2020년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레파타를 구입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레파타를 비롯한 PCSK9 억제제는 뛰어난 콜레스테롤 감소 효능에도 불구하고 약가가 비싸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암젠은 지난해 10월 약가 인하를 발표했다. 약가 인하 발표 후 시행이 늦어진 데는 보험약제관리업체(PBM) 등 중간에서 약물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기존 계약을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해 중간에서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젠은 발표를 통해 이번 가격 인하는 특히 메디케어 수혜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전했다. 메디케어 혜택을 받는 환자들 중 PCSK9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75%가 약물을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약물 구입을 위해서 환자들이 높은 본인 부담금을 지출해야 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메디케어는 미국에서 시행되는 사회보장제도로 사회보장세를 20년 이상 납부한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게 연방 정부가 의료비의 50%를 지원한다.

현재 암젠에서 안내하고 있는 정가는 미국을 기준으로 한 달에 1117.15달러(약 131만2986원), 일 년에 1만4523달러(약 1705만원)이른다. 암젠은 이번 조치로 한 달에 450달러(약 52만8885원) 또는 연간 5850달러(약 687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약가 인하는 미국에 한해 시행될 전망으로 국내 적용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미 국내에 시판 중인 레파타 가격이 미국보다 낮아 추가적인 가격 인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암젠코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레파타 약가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60% 할인이 적용된 미국 정가보다 낮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1밀리리터(ml) 당 14만2311원으로 월 1회 420밀리그램(mg) 피하주사로 투약해 한 달 약가는 약 46만원 정도다. 또한 지난해 8월부터는 희귀 유전질환인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 환자에 한해 급여가 인정됐다.

그러나 제약사에서 정한 의약품 정가가 반드시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용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치료 기간과 환자가 가입한 개별 의료보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암젠은 현재 환자들이 가입한 보험 계약에 따라 연간 5850달러(약 687만5505원) 이하를 지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처방약 플랜(메디케어 D)에 가입한 환자들은 할인 혜택에서 제외된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현재 메디케어 가입자들이 레파타 처방을 위해 직접 부담하는 금액은 한 달에 280달러(약 32만8860원)에서 370달러(약 43만4565원) 수준이다. 암젠측은 5850달러로 인하된 정가를 적용하면 한 달 약값은 25달러(약 2만9362원)에서 150달러(약 17만6175원)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대부분의 레파타 투약 환자들이 부담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암젠코리아 측은 "일반 환자들의 급여 적용 범위 확대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지난해 9월 적응증을 확대 허가를 받으며 정부와 논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심혈관내과 조교수는 "보험 적용이 안되다 보니 레파타를 쓰는 환자들은 용량이나 투약 빈도를 줄여 환자 부담을 줄이고 있다"며 "소량을 써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환자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말 열렸던 유럽심장학회(ESC 2019)에서 PCSK9 억제제는 유럽심장학회(ESC)와 동맥경화학회(EAS)가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그 수요가 더 커지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과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기준선 대비 50% 이상 낮추도록 변경됐기 때문이다. PCSK9 억제제는 스타틴 고강도 요법으로 목표 LDL-콜레스테롤 도달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권고된다.

레파타는 PCSK9단백질에 결합해 억제하는 단일클론항체 의약품이다. 저밀도지단백(LDL) 수용체 분해에 관여하는 PCSK9 단백질을 억제해 혈중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는 생물학적 제제다. LDL 콜레스테롤은 심근경색 등 주요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암젠은 2019년 2분기 실적 보고를 통해 레파타가 전 세계 1억5200만달러(약 1786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분기 대비 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jjs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