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조차 하수오로 둔갑...같은듯 다른 이들 차이는
[이영성기자의 藥대藥] (31) '하수오(何首烏)' VS '백수오(白首烏)'
- 이영성 기자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09년 한국제약협회, 대한한약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관련 단체에게 위품들이 하수오로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어 국민보건에 위해가 없도록 조치해 주길 바란다는 협조 공문을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식약처 공문에서 제시했던 하수오는 이번 내츄럴엔도텍 일부 제품의 가짜 백수오 사건과 연관성은 없다. 다만 공문은 최근 사태처럼 약재들이 어떤 방향이든 위품 판매가 가능하다는 잠재성을 시사한다. 물론 이번 가짜 백수오 사건은 약재가 아닌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대한 경감심도 일깨워주고 있다.
식약처는 공문에서 “백수오 및 이엽우피소를 하수오로 규격화해 규격품으로 판매할 경우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한약제조(판매)업자는 하수오 위품을 하수오로 제조, 판매 목적으로 진열하지 말고 하수오 위품을 자발 폐기 조치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는 식약처가 2010년도에 하수오를 중점 관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수오·백수오 이름 비슷해 오랫동안 섞인 경우 많아
그렇다면 하수오는 대체 어떤 식물이기에 백수오가 하수오로도 둔갑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하수오(何首烏)는 중국의 하씨 성의 사람이 이 식물을 먹고 머리카락이 까마귀처럼 까맣게 됐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마디풀과에 속하고 백수오처럼 뿌리가 약재로 사용된다. 백수오의 경우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우리나라는 1600년대 동의보감에서부터 적하수오와 백하수오로 나눠 용어를 사용했다. 적하수오가 기존의 하수오이고, 백하수오는 백수오인데 서로 효능은 서로 다르나 이름만 비슷하게 된 것이다. 1800년대 후반 우리나라 이제마 선생이 저서 ‘동의수세보원’을 통해 적하수오와 백하수오를 분류하면서 효능도 분리해 사용해왔다. 하수오는 뿌리가 고구마 모양처럼 생겼으며 색깔도 비슷해 적하수오가 됐다. 백하수오는 뿌리가 흰색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두 식물의 효능 차이는 어떠할까. 한의협에 따르면 백수오는 운곡본초학(耘谷本草學)에 근거해 대표적으로 건강 및 혈기완성 효능의 강장(强壯)과 혈이 허한 것을 보하는 보혈(補血), 몸에 영양을 주는 자양(滋養), 머리와 수염을 검게하는 오수발(烏鬚髮). 대변을 잘 내려 보내는 윤장통변(潤腸通便), 기를 보하고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람을 몰아내는 익혈거풍(益血祛風) 등 9개 효능을 지닌다.
하수오는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근거해 질병 원인인 바람을 몰아내는 거풍(祛風)과 간 기능을 보호하는 보간(補肝), 피를 보양하는 양혈(養血), 신장의 기를 돋우는 익신(益腎), 대변이 잘 나는 윤장통변(潤腸通便) 등 7개 효능이 있다.
이름이 비슷하다 보니, 농가에서 이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재배해온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백(白)색을 선호하는 우리 민족 특성상 백하수오를 많이 재배하고, 사용은 하수오로 이뤄지는 일도 많았다.
가천대학교 한의대 이영종 교수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전반적으로 약재들 중 ‘백’자가 붙은 작물이 더욱 비싸게 유통됐다. 그러다 보니 백하수오를 적하수오보다 더 많이 선호해 (하수오를 사용할 때) 백하수오가 실제 하수오의 정품인 것처럼 오랫동안 사용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농가에서 수요가 많은 백하수오 작물 재배가 인기가 높았다.
최근 백수오가 하수오로 둔갑돼서 판매되는 이유는 이러한 과거의 단순 실수(?)가 이어져 온 것도 있지만 국산 하수오가 더 비싸기 때문에 일부 의도적으로 벌어지는 일도 있다는 시각이다.
백수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은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있으나 재배기간의 차이도 한 몫 한다. 하수오는 3년 재배근을 보통 사용하지만, 백수오는 2년근이 유통된다. 되도록 빨리 재배해서 팔리는 게 상품성이 높다.
이엽우피소 파동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엽우피소는 백수오 뿌리와 육안으로도 구별이 쉽지 않을 만큼 비슷하게 생긴데다, 재배기간도 1년이면 된다.
이영종 교수는 “과거부터 농민도 그렇고 식물을 파는 사람 역시 백수오 등을 하수오 이름으로 그냥 붙여 써왔기 때문에 서로 뒤바뀌어 사용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약재로 사용할 땐 반드시 구분해야하지만 농민이 밭에서 캐서 파는 것은 국가가 일일이 제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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