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노후를 얼마나 예측할 수 있을까[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우리는 지금 '오래 사는 사회'를 넘어 '오래 관리해야 하는 사회'에 들어섰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이미 20%를 넘어섰고, 2050년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 중 하나다.
문제는 단순한 수명의 연장이 아니다. 독거 고령자의 증가, 돌봄 인력 부족 그리고 만성질환, 치매, 우울, 삼킴 곤란, 낙상, 폐렴이 동시에 증가하는 복합 위기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시작됐지만 현장의 속도는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변화는 보건복지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병이 발생한 이후 치료하는 방식에서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즉 '치료 중심'에서 '예측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를 공식 용어로 사용한다. 디지털 헬스는 모바일 헬스(mHealth), eHealth, 웨어러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공중보건, 예방, 건강증진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한다.
즉 디지털 헬스는 치료가 아니라 예측, 병원이 아니라 생활 공간, 의료진 중심이 아니라 돌봄 제공자와 개인 중심으로 이동하는 개념이다. 이는 치료 중심 의료에서 예방·관리 중심 건강으로 전환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개념적 선택이다.
디지털 헬스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건강과 돌봄을 끊김이 없이 연결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개념이 '환자 여정'(patient journey)이다. 이는 단절된 치료가 아니라 연속적인 관리의 흐름이며, M1부터 M4까지 네 단계로 구조화된다.
M1은 건강 상태에서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단계로, 일상 데이터와 구강 상태를 통해 노쇠와 질환의 초기 신호를 포착한다. M2는 위험군 단계로, 의료기관에서 특정 질환에 대한 진단, 치료 등이 이뤄진다.
M3는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단계로 지역사회 돌봄 체계화 함께 재활이나 회복기 병원 등이 함께 개입하는 구간이다. M4는 회복 이후 재발을 방지하는 유지관리 단계로, 만성질환인 경우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핵심이다.
결국 디지털 헬스는 치료를 넘어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삶 전체를 관리하는 폐쇄 고리형 선제적 예방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헬스에서 중요한 M1–M4 구조는 선형이 아니라 '일상의 스크리닝과 모니터링 → 인공지능(AI) 건강 상태 분석 → 건강 상태 결정 → 맞춤형 중재 → 중재 후의 변화 모니터링'으로 순환하는 폐쇄형 관리 체계다.
구강 노쇠를 예로 들면, 구강 세정수 상태, 설태, 구취, 음식물 잔사, 칫솔질 습관, 삼킴 기능과 같은 일상 데이터가 지속해서 수집되고, 인공지능은 이를 분석해 구강 노쇠의 진행 위험과 삼킴곤란, 폐렴 위험을 예측한다. 이어 그 결과에 따라 개인별 맞춤형 구강 관리, 영양, 구강 운동, 의료 개입이 결정되고, 다시 그 결과가 데이터로 환류돼 관리 전략이 재조정된다.
이러한 폐쇄고리 구조는 구강 노쇠를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예측 대상'으로 전환한다. 나아가 폐렴, 낙상, 전신 노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사전에 차단하는 핵심 기전으로 작동한다.
<img alt="필자가 챗GPT로 재작성한 디지털 헬스의 장점. (출처: 미국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Research(NIHR)<https://evidence.nihr.ac.uk/collection/what-is-digital-health-technology/>)" float="center" src="http://image.news1.kr/system/photos/2026/5/26/7926391/high.jpg" width="1338" height="753" />
디지털 헬스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 스마트워치는 심박수와 수면, 활동량을 측정하고, 가정 내 센서는 움직임과 호흡 변화를 감지한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해 심혈관 위험, 우울 가능성, 낙상 위험까지 예측한다.
중요한 점은 인공지능(AI)이 질병 자체보다 '변화'를 읽는다는 데 있다. 걸음 수의 감소, 식사 속도의 변화, 말수 감소, 수면 패턴의 변화와 같은 작은 신호들이 노쇠와 질환의 전조가 된다. 노후는 더 이상 병원 검사 결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떻게 움직이고, 먹고, 닦고, 자고, 사람을 만나는지가 건강을 좌우한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노후의 질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연결이다. 누가 관심을 갖고, 언제 개입하며,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는가가 중요하다. 기술은 돌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순간을 더 빨리 발견하게 만드는 도구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빠른 적응력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국가다. 이는 위기이면서 기회다. 병원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 일상의 공간이 모두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구조, 즉 '디지털 노후 모델'을 가장 먼저 구현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빨리 일상의 변화를 발견하고, 얼마나 오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이다. 디지털 헬스는 미래를 대신해 주지 않는다. 다만 미래를 더 일찍 보고, 준비하고, 적절히 대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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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필자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뇌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한 학자이며 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으로 의료계와 학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의학과 치의학의 경계, 장애인 치과, 지역사회 구강돌봄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은퇴 후 황금 노후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노후, 슬기로운 노후 준비를 위한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