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결심이 아니라 생활 루틴 되려면 [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외적 동기는 시작, 내적 동기 부여가 건강습관 단단하게 만든다

편집자주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 김현정 교수의 'AI와 함께 준비하는 건강한 나이 듦'을 주제로 한 이번 칼럼은 은퇴 후 황금 노후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에게 AI 시대 건강한 노후, 슬기로운 노후 준비를 위한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필자인 김현정 서울대 치대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뇌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한 학자이며 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으로 의료계와 학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의학과 치의학 경계, 장애인 치과, 지역사회 구강돌봄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서울시 녹지공간의 아침 풍경은 고령자들이 대다수다. "나는 매일 한 시간 걷는다"는 말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걷기는 분명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노년기 건강의 핵심은 단순한 활동량이 아니라 '기능 유지'에 있다. 병의 유무가 아니라 혼자 살아낼 수 있는 자립의 힘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65세 이상에게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근력과 균형 훈련을 포함한 체계적 운동을 권고한다. 체계적 운동은 낙상 예방은 물론 인지기능 저하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알지만 실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건강한 습관은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가 함께 작동할 때 만들어진다. 정신의학에서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는 보상, 처벌 회피, 사회적 인정처럼 외부 자극에 의해 행동이 유발되는 것을 말한다.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는 흥미, 성취감, 자기효능감처럼 개인 내부의 만족과 의미에 의해 행동이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행동을 시작할 때는 목표 설정과 보상, 피드백 같은 외적 장치가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를 자율성 보장, 작은 성공 경험의 축적, 역량 향상에 대한 체감, 삶의 가치와의 연결로 전환해야 비로소 '해야 해서'가 '하고 싶어서'로 바뀐다. 이 전환이 습관 형성의 본질이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지난해 10월 26일 열린 '9988 서울 체력장'에 참가한 시민들. (서울시 제공)

대표적 사례가 서울시의 '손목닥터 9988' 정책이다. 걷기와 활동을 기록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포인트를 제공하는 구조는 외적 동기를 자극한다. 100원이라는 작은 보상이 행동의 문을 연다. 출발은 가볍지만, 시민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절대 가볍지 않다. 현재 손목닥터를 사용하는 서울시민은 약 270만 명으로, 서울시민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일상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자신의 변화를 체감하게 만드는 장치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이제부터다. 외적 동기가 건강한 생활습관의 시작이라면, 고령자 스스로 건강을 챙기겠다는 내적 동기는 습관을 단단하게 만든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서울체력장'(체력인증센터)을 운영해 체력 측정을 통한 기능 상태 확인과 개인별 맞춤 운동처방을 제공하고 있다. 참여하는 고령자는 과학적 체력 평가를 거쳐 인증 기준에 따른 체력인증서를 발급받고,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는 운동처방과 신체활동을 코칭 받는다.

또한 정기적인 재측정을 통해 변화 과정을 지속해서 관리하고 대사증후군관리사업, 건강장수센터 등 자치구 건강증진사업과 연계해 통합적인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축적된 정보는 단지 기록이 아니라 '자립의 지표'다. 내 몸의 현재를 아는 순간, 운동은 막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구체적 삶의 건강습관이 된다.

자료: 서울시 시민건강국 (필자 제공)

서울 곳곳의 체력인증센터는 정기 재측정과 보건소 건강서비스 연계까지 설계된 예방형 모델이다. 대사증후군 관리사업과 연계해 검진, 영양 상담, 체력 측정, 운동 상담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다. 질병 이후 치료가 아니라 노화로 인한 다발성 기능 저하 이전 단계에서 개입하는 구조다. 이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서울형 시민건강관리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집 가까운 곳에서 체력을 확인하고, 안전한 운동법을 배우고, 다음 측정을 약속하는 과정에서 운동은 결심이 아니라 생활 루틴이 된다. 포인트는 계기일 뿐, 결국 자신의 변화에 대한 확신, 즉 내적 동기 부여다.

건강한 습관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체계적인 정책 설계와 함께 과학적 평가와 맞춤 처방이 성과를 만든다. 정기적 체력 관리와 지역사회 연계가 지속 가능한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완성한다. 손목닥터 9988에서 체력인증센터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는 독립된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외적 동기를 내적 동기로 전환하는 촘촘한 설계다.

준비된 노후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상을 지키는 자립시간을 늘리는 일이다. 치료 중심에서 기능 유지 중심으로, 사후 관리에서 사전 예방으로. 건강은 개인의 의지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다. 예방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지금, 서울에서 작동하고 있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opinii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