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는 올바른 구강관리, 건강수명 늘린다 [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초고령사회에 막 진입한 한국은 2007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여러 면에서 따라가고 있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약 84.4~84.5세로 일본과 비슷하나 한국의 건강수명은 약 72.5세로, 기대수명보다 약 10~12년 짧다. 두 나라의 기대수명은 큰 차이가 없지만 건강수명에서는 일본이 앞서 있다. 이 격차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구강건강 문해력이다. 일본은 1989년부터 일본치과의사회와 후생성 주도로 구강건강을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예방과 일상의 관리 영역으로 인식해 왔다.

한국의 치주질환 환자는 약 1700만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하루 세 번, 식사 후 3분 이내, 3분 동안 칫솔질'이라는 이른바 '3-3-3' 구강관리 지침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미국치과의사협회는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루 2회 칫솔질, 2분 이상, 하루 1회 이상 치실 사용이라는 '2-2-1' 기준을 권고하며, 특히 잇몸 속 치아 표면에 부착된 플라크 관리를 핵심으로 강조한다. 이는 횟수보다 구강관리의 1차 목적인 플라크 제거와 구강병 예방효과를 중시하는 접근이다.

그러나 고령자와 장애인 등 돌봄 대상자에게는 일반적인 칫솔질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지 기능과 손 기능 저하, 삼킴 곤란, 구강 건조 등 개인별 상태에 따라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맞춤형 구강관리 지침이 필요하다. 칫솔질 중심의 지침으로 인해 치아가 없는 고령자는 "구강관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치아가 없어도 잇몸과 혀, 구강 점막에는 여전히 세균막이 형성되고, 이는 만성 염증과 흡인성 폐렴 위험을 높인다.

'진로진학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올바른 칫솔질 등 구강위생 관리법을 배우고 있다. (뉴스1DB) ⓒ News1 공정식 기자

최근 주목받는 구강 노쇠의 본질 역시 단순한 치아 상실이나 위생 저하가 아니다. 그 핵심에는 삼킴장애(연하장애)가 있고, 이는 곧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진다. 낙상 이후 사망하는 고령자의 상당수도 최종 사인은 폐렴이다. 결국 폐렴은 고령자 사망의 대표적인 경로이며, 그 출발점에는 구강 기능 저하가 자리한다.

이러한 이유로 구강돌봄은 단순한 위생 관리가 아니라 예방의학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이제 구강관리의 기본은 단순히 '닦는 것'이 아니라 구강 전체를 깨끗이 씻고 관리하는 것으로 전환돼야 한다. 칫솔질과 함께 설태를 포함한 점막 관리가 가능한 구강 세척과 구강근 운동, 영양 관리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구강돌봄 기준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출생 이후 구강은 단순한 소화기관의 일부가 아니라 선천면역이 작동하는 최전선이다. 구강은 외부의 세균과 바이러스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개인의 식습관과 위생 습관에 따라 구강 마이크로바이옴이 크게 달라진다. 그날 형성된 세균막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면 염증은 만성화되고, 만성 치주염의 경우 병원균이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며 전신 염증과 연결된다. 구강관리가 곧 전신 건강 관리의 출발점인 이유다.

구강건강은 더 이상 치아 20개 유지의 문제가 아니다. 구강은 먹고 삼키는 생존의 출발점이자, 말하고 미소 짓는 사회활동과 삶의 자립과 함께 존엄을 지탱하는 핵심 기능이다. 그럼에도 지역사회 돌봄 현장에서 구강돌봄은 여전히 선택적 서비스에 머물러 있다. 올해 돌봄통합 전국 시행 전 치과위생사 중심의 지역사회 구강돌봄 시범·선도사업이 6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구강 기능 저하가 노쇠와 흡인성 폐렴을 거쳐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해, 즉 구강건강 문해력은 충분히 사회화되지 못했다. 그 결과 매일 이뤄져야 할 구강돌봄은 방치되고, 이는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다.

다행히 최근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지난해 장기요양보험 재가서비스 복지용구에 마우스피스형 구강세척기가 포함됐고, 올해부터는 요양원 평가 항목에 구강관리 점수가 신설됐다. 이는 구강돌봄을 돌봄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책적 의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 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강건강 문해력은 구강관리를 질병 예방과 삶의 질 관리의 출발점으로 인식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제공

그러나 고령자와 돌봄 대상자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 중심의 방문치과 서비스가 아니라 매일 이뤄지는 구강돌봄이다. 이는 치과의사 개인의 역할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치과의사는 진단과 치료를, 치과위생사는 전문적인 구강관리와 위생 교육을, 작업치료사는 저작·연하 기능 훈련을 일상생활과 연계해야 하며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전신 기능과 삼킴장애를 총괄적으로 평가·조정해야 한다. 구강돌봄은 본질적으로 다학제 협업을 전제로 한 지역사회 기반 돌봄 모델이다.

이러한 구조를 제도로 구현한 사례가 일본 방문 치과 서비스다. 일본은 치과가 환자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함께 시설과 가정을 직접 방문해 구강관리와 연하 평가, 의료 연계를 수행하고 있다. 의료와 돌봄, 재활이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우리 역시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안에 방문 구강돌봄을 제도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는 지난 2일 '이치백세(二齒百歲)의 날'을 선포했다. 이는 치아를 오래 쓰자는 구호가 아니라 먹고 말하고 삼키는 구강 기능을 지켜 백세까지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유지하자는 기능 중심의 선언이다. 일본의 8020 캠페인 성과를 확장해 구강 노쇠와 폐렴, 나아가 치매 예방까지 연결하자는 사회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협회는 치아 건강을 통해 국민의 건강수명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구강·영양·신체활동·정신건강·일차 의료 등 다양한 영역이 연대하는 예방 중심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사회 구강돌봄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매일 하는 구강돌봄이 생명을 지키고, 의료비를 줄이며, 고령자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사람과 제도, 전문직이 함께 움직이는 실천 모델이다. 구강에서 시작되는 돌봄, 이제는 지역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때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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